미국의 빈부 격차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돈이 돈을 버는` 현상이 뚜렷해져 소득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위 1% 소득 점유비율, 닷컴 버블 때보다 더 높아
미국 국세청(IRS)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미국의 최상위 1% 부자가 미국 전체 소득의 21.2%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닷컴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에도 이 비율은 20.8%에 불과했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2.8%에 그쳤다. 2004년 13.4%보다 낮았고 2000년 13%도 하회했다.
전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빈부격차 심화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첫째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소득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었고, 기술 격차가 소득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호황·세계화·기술발달 등 원인
WSJ은 기술 발달, 세계화,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거부 출현 증가 등이 소득양극화 속도가 빨라진 이유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의 신용 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의 최상위 부자들이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독식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WSJ은 2년 전에는 "교육 격차가 미국 사회의 이동성을 떨어뜨리고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는 최대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아메리칸 드림, 신화는 없다"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캐플란 교수와 조슈아 라우 교수 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최상위 연봉자 0.5%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비금융 기관 고위 임원이 받는 전체 소득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우 교수는 2005년 최고 연봉을 받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소득이 2003년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4년 헤지펀드 업계 연봉 상위 25걸의 소득은 S&P500 기업 전체 최고경영자(CEO)들의 소득보다 많았다.
빈부격차 확대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WSJ은 지난 4일에도 전 세계 가구 중 0.7%에 불과한 세계 백만장자 가구가 세계 부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백만장자의 절반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세계 백만장자가 전체 富 33% 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