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았어요"...그동안 선방했다?

  • 등록 2023-01-26 오전 9:42:02

    수정 2023-01-26 오전 9:42:0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았어요”

이번 달 ‘난방비(도시가스비) 47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아든 주부의 말이다.

경북 영천의 30평대 아파트에서 개별난방을 쓰고 있는 이 주부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난방비가) 적게는 10만 원 정도였고 많이 들 때는 28만 원 안팎이었다”고 말했다.

2배 가까이 오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이 주부는 “보일러가 고장 났나 생각했다. 한 번에 이렇게 오르는 건 저희 가정에 많이 부담되지만, 미리 주의를 줬으면 조금이라도 아껴 쓸 생각을 했을 건데 그런 생각을 할조차 없이 바로 타격이 왔다”면서 한숨지었다.

전국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년 새 38% 오른 도시가스 요금에 대해 유승훈 서울 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우리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선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갔고, 유럽이 전 세계에서 천연가스를 사들이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해 액화 천연가스 가격은 재작년과 비교하면 평균 5배 올랐다.

도시가스의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난방비 폭탄’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유럽은 도시가스 요금이 5배 올랐고 독일은 거의 8배가 올랐다. 일본도 2배 정도 오른 상황에서 우리는 38%밖에 못 올리다 보니까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너무나도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자를 해소하고 올해 여름을 대비해서 천연가스를 들여와야 한다. 여름엔 난방을 하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천연가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도시가스 요금의 추가적인 인상이 예정돼 있다”고 부연했다.

유 교수는 “유럽이나 일본은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절약하자’, ‘아껴써야 한다’고 충분히 홍보했다”며 “우리는 안정적으로 도시가스가 좀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보니까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다가 지금은 한계에 부딪혀서 별수 없이 요금을 소폭 인상한 상황인데, 거기에 날까지 춥다 보니까 난방비가 크게 증가해서 국민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의 가스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유 교수는 난방비 폭탄을 두고 여야가 문재인 정부 탓이냐, 현 정부 탓이냐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에너지 바우처만으론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정부와 여야가 협의해서 지원액을 대폭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일본은 저소득층, 즉 취약계층에 대해서 에너지 바우처 지원책을 대폭 확대했다”며 “우리나라도 있는데 금액이 한 달 난방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은 에너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다 같이 아껴쓰고 절약해야 할 상황인데 차상위 계층이나 중산층 지원에 지원액을 주면 위기 상황을 충분히 못 느끼고 평소대로 사용한다. 취약계층만 지원하고 나머지 분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난방 온도를 낮추면서 옷을 끼어 입고 겨울을 나는 것이 우리에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지금 유럽은 야간 경관 조명도 거의 끈 상황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부자 나라도 파카까지 끼어 입고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난방비 절약 방법에 대해선 “보일러를 가동할 때 가습기도 함께 털어놓으면 공기 흐름이 원활해져서 온도를 좀 적게 올려도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옷을 하나만 더 껴입고 실내 온도를 1도만 낮춰도 난방비는 7% 정도 절약할 수 있다”며 “현재 공공기관은 17도로 난방 온도를 규제하고 있는데 각 가정에서도 18도에서 20도 정도로만 맞춰도 난방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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