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시민이 시장입니다"..박원순 서울시장의 1년

  • 등록 2012-10-22 오후 1:34:13

    수정 2012-10-22 오후 1:34:13

신청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지난 9월, 한 달여에 걸쳐 신청사로의 이주를 마쳤다. 지난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청사 개청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시민이 시장입니다.”

1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사는 명료했다. 시민이 선장이자 항해사이자 조타수가 돼 시정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호’에서는 시민이 제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졌다. 지금까지 40회 가까이 열린 청책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聽) 정책에 담는다(策)’는 뜻을 가진 청책 워크숍에서 박 시장은 주택, 일자리, 교육 등 여러 주제를 놓고 직접 관련 분야 전문가와 시민들을 만났다. 청년일자리허브센터 건립, 학교 부지내 농장 설립 등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의견도 200건이 넘는다. 내년에는 서울시 예산 중 500억여원을 서울시민이 구상한 사업에 지원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된다.

트위터 팔로워 60만…SNS가 온라인 신문고

서울시에는 ‘신문고’가 있다. 직접 찾아가거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 박원순 시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바로 신문고다. 박 시장의 트위터 팔로워는 58만9604명, 페이스북 구독자는 12만7356명이나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SNS에 글을 올려 서울시정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박 시장도 시민의 제안에 일일이 답글을 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민원은 관련 부서에 해결책을 요청한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정치에 무관심한 2030세대가 서울시 행정에 관심 갖고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트위터에는 “박원순 시장에게서 사람 냄새가 난다”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박원순 시장도 SNS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논란의 순간마다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시민들의 이해를 구한다. 강남역 일대의 침수 문제를 비판한 새누리당을 향해 “정치적 억지”라며 “취임 10개월이 지난 내게 엄청난 예산이 들고 많은 취약요소를 지닌 서울시의 모든 재해를 완전히 해결하라는 요구는 무리”라고 항변했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도 등장한다. 7월 정부가 주택가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주택가에 상업시설이 들어오면 주변 주민의 편안한 삶이 방해되기 마련이고 민원의 소지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박 시장은 “온라인의 쌍방향성, 실시간성, 투명성을 서울시 행정에 활용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NS 중심의 소통으로는 1000만 서울시민을 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오프라인에서 직접 시민을 만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자칫 서울시정이 온라인과 인터넷 속에서만 운영된다는 오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8월9일, 1000인 원탁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의 꿈 ‘사람 냄새나는 서울’

“텔레비전 한 대 앞에 온 마을 사람이 모였다.”

지난달 21일 박 시장은 서울을 공유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옆집 수저가 몇 벌인지 다 알던 때처럼 지금의 서울시도 마을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주민들이 사람 냄새를 맡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다.

박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당시 ‘마을공동체’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17년까지 총 975개의 마을공동체 조성을 지원하고 3000여명의 활동가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마을공동체는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마을 커뮤니티를 회복하는 정책이다. 일례로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텃밭사업 역시 마을주민이 함께 텃밭을 가꾸며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뉴타운 사업에서도 사람 냄새를 강조한다. 재개발이 끝나더라도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구분 없이 함께 짓도록 한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도 사람 냄새나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위민행정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 작은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가 대한민국의 수도로 거대 도시지만 작은 일부터 시민을 위해 배려하고 실천한다면 1000만 시민이 함께 잘 살아가는 행복한 공동체가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된 후 ‘시장 임기 중 공사완료’라는 그동안 관행처럼 내려온 원칙을 폐기했다. 그는 “비전을 제대로 세워서 일을 시작하고 꼼꼼하게 처리해 제대로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반드시 임기 중에 끝내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오세훈 전 시장의 핵심 정책이었던 한강예술섬과 서해뱃길사업 등 토목 사업을 유보했다. 아울러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던 강남순환고속도로와 서부간선지하도로, 평창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도 연기했다. 경전철사업 또한 재검토 중이다.

반면 복지·교육분야 투자를 대폭 늘렸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초등학교 전학년 무상급식은 물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도 실행에 옮겼다. 시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10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는 “‘임기 중 무엇을 한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늘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한다”며 “헝클어진 서울시정을 원칙과 상식, 정상성과 합리성이란 궤도에 올리는 것이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24일, 서울시청사 서소문별관 집무실에서 열린 ‘보행친화도시’ 숙의에서 박원순 시장이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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