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병수기자]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8일 "한국 경제가 난파선은 아니며 다만 구멍이 많은 배일 뿐"이라며 "물이 들어오고 있으나 빨리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도 "산업별로 어려운 상황이지 총체적 위기는 아니다"면서 "나쁘다 위기다 하면 더 나빠지기 마련인 만큼 위기를 너무 강조하진 말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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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업회의소(ICC) 총회가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북서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박 회장은 8일 이같이 말하고, "교육과 의료 부문을 하루빨리 개방,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시장이나 공작기계 시장을 개방할 때 얼마나 반대가 많았느냐"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했는데 지금 결과는 얼마나 경쟁력이 높아졌느냐"고 반문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당연하고, 새로운 사업이 그걸 받아야 하는데 그걸 꽁꽁 묶어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차 산업으로 가야 살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NGO)도 달리 생각해야 한다. 개방은 잘만 하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다. 따져보지도 않고 결사반대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개방하는만큼 국민후생으로 돌아가고 개방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개방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총회 내내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가 화두인데 한국의 세계화 수준은.
▲어느 분야냐에 따라 다르다. 통신 인프라는 세계 첨단이지만 시스템은 아직 멀지 않았는가. 기업 투명성 문제도 꼴찌에 가깝고 정부 규제 많다는 것과 노사문제도 꼴찌 수준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
-노사정 지도자 회의 참석차 총회 참석 일정이 늦었는데.
▲일부에선 밥 먹고 사진만 찍었다고 비판 하는 것 같은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사실 그렇게 한 자리에 만난 게 역사상 처음 아닌가. 민주노총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문제를 풀려 했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최소한 노사정이 만나서 큰 방향이라도 정할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결론 못 내도 아젠다(안건)라도 정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진전인가. 그날 아젠다는 두개였다. 노사정위원회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와 노사선진화 방안(로드맵)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로드맵의 30여개 항목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다는 것만 해도 상당한 발전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논의됐나.
▲얘기 안 나왔다.
-올해 하투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나.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사 관련된 문제 논의할 것이고 사측이 양보할 것이 있다면 양보해야 한다. 대세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측이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이 민주노총 들어오기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고, 또 민주노총의 체면을 세워주는 정도의 문제라면 양보해야 한다.
-노사정이 한자리에 만난 것에 대한 소감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대화를 통해 안될 것이 무엇 있겠는가. 각자의 논리가 있으니 논리의 포로가 됐을 뿐이다. 이수호 위원장은 합리적인 분이었다. 합리적인 인간끼리 만났는데 불구대천 원수 될 일이 무엇 있나. 그냥 각자 입장 있으니까 그렇게 된 것 뿐이다. 여야 간의 협상도 어렵지 않나. 직업이 협상인 사람들도 잘 못하는데 우리는 아직 시작이다. 일단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 경제에 대해 위기라고도 하고 또 일각에선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
▲한은 총재 말씀이 딱 맞다. 언제 위기 아니었던 적이 있었나. 문제는 위기의 정의일 뿐이다. 외환위기 같은 위기는 없다. 사실 `춥다, 춥다`하면 더 추워지는 것이 심리 아닌가. `경제 나쁘다. 위기다` 그러면 더 나빠지기 마련이다. 패배의식에 젖어 솔루션(해결책)이 안 나올 수도 있다.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 지금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업종별 차이가 있지 않은가. 내수는 죽는다고 난리다. 그러나 총체적 위기라고 할 순 없다. 한국 경제가 지금 난파선은 아니다. 침몰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배이긴 한데 구멍이 많은 배이다. 노사문제, 기업경쟁력, 제조업 공동화 등 구멍들이 생겨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빨리 막아야 한다. 어느 경제에나 구멍은 다 있기 마련이다. 내수업종에서 구멍이 좀 더 커 보이고, 옛날보다 걱정거리가 더 많다 이 정도일 뿐이다. 사실 외환보유고 걱정 안 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것인가. 수출증가율이 전년대비 40% 넘은 것이 또 얼마만인가. 자원 없는 나라에서 항상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위기지만 심리적 안정위해 위기라고 말하지 말자는 것인가.
▲산업별로 어려운 것이지 총체적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걸 너무 강조하진 말자는 얘기다. 반도체가 지금 무슨 위기인가?
-구멍이 많이 난 배라고 했는데 제일 큰 구멍은 무엇인가.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이다. 그러나 이건 인건비만 따지면 안된다.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물류비도 제일 비싸지 않는가. 그것도 경쟁력 상실을 가져온다. 길이 매일 막히니 옛날 같으면 두번 갔다왔다 해야 하는 길을 한번 밖에 못다니고 그래서 운임을 높게 받을 수 밖에 없지 않나. 대학에서 키워내는 인력의 질도 문제다. 공동화도 인건비와 노사문제만 갖고 얘기하는데 총체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3차 산업으로 흘러가는 것은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것이고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특히 3차 산업 중 의료산업과 교육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데 개방해야 한다. 개방할수록 우리의 경쟁력 생기고 국민 전체에 득이 될 것이다. 성형 수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 아닌가. 중국 시장만 보고 들어가도 얼마나 잠재력이 큰가. 해외에 나가 있는 어학연수생을 포함하면 유학생들이 모두 30만명이라는데 2만달러씩만 써도 연간 60억달러가 그냥 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개방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개방의 과실을 딸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이나 공작기계 시장 개방할 때 얼마나 반대했나. 울며 겨자먹기로 했는데 결과는 지금 얼마나 경쟁력이 높아졌나. 이런 의미에서 세계 상공인들의 모임인 ICC의 역할이 다시 한번 부각된다. ICC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개방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새로운 사업이 그걸 받아야 하는데 그걸 꽁꽁 묶어 놓으면 어떻게 하나.
그쪽(3차 산업)으로 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세상에 신산업이 어디 있나. 지금 있는 산업에 기술을 접목하면 된다. 전자산업도 TV와 VTR만 만들었으면 다 죽었을 것이다. 휴대폰 만드니까 잘 되는 것 아닌가. 문 걸어 잠근 것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NGO)도 달리 생각해야 한다. 개방은 잘만 하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다. 따져보지도 않고 결사반대 할 필요가 없다.
개방하는 만큼 국민 후생으로 돌아간다. 다시 말하지만 개방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개방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다. 사실 나도 공작기계산업 개방한다고 할 때 반대하고 그랬는데 수출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결국 우리 경쟁력이 높아졌다. 보호받는 업종들은 득실을 따져본 후 득이 많다면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재계 쓴소리`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언제 쓴소리 한 적 있나. 용어 선택시 간간이 주의가 부족할 수도 있는데 이를 기자들이 터뜨린 것 뿐이다. 상공회의소가 야당인가 정치단체인가. 정부하고 같은 배 타고 가는 거다. 여기 사람들(ICC 총회 참석자)에게 물어봐라. 제일 큰 일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모두 정부와의 관계라고 말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자. 내가 어떻게 여기에서(ICC) 부회장까지 할 수 있겠는가. 모두 우리 경제가 커진 덕분이다. 사실 우리를 부러워 하는 국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못사는 나라를 보라. 역대 정치 지도자 중 적어도 후퇴를 시킨 사람은 없지 않나.
-최근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석달동안 백화점 매출이 감소세다. 우리 사회의 삼각형 중 윗부분에 있는사람들 조차 지갑을 닫고 있다. 그게 문제이다. 쓸 사람은 써야 한다. 고급 술집도 갈 사람은 가고 해외여행도 갈 사람은 가야 한다. 모든 국민이 소비 안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낭비하지 말자인데 소비하지 말자처럼 비쳐지고 있다. 언론의 책임도 있다. 우리 언론은 아직도 계도적 의식이 남아 있고 자부심도 지나친 것 같다.
안 변하는 사람은 다 망한다. 30대 그룹중 17개가 왜 망했나. 자기 것이 좋다고 고집하고 변하지 않은 결과이다. 사실 기업들은 가장 먼저 앞장서서 변하고 있다. 기업은 세계 경쟁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변할 수 밖에 없다. 관성의 법칙을 깨기는 누구나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그러한 관성의 법칙을 깨는 데에 가장 앞장섰다. 이제 정부도 기업 못지않게 빨리 변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매니지먼트(관리) 하려 해선 안된다.
2만달러 달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교육제도는 3000달러 수준인데 2만달러 경제를 이끌 인재 나오겠나. 정치가 5000달러 밖에 안되는 데 2만달러 경제 뒷받쳐 줄 수 있나. 골고루 다 잘 돼야 한다. 모든 제도가 비슷하게 갔을 때 총체적 결과가 2만달러로 가는 것이다. 정치가 경제를 뒤에서 받쳐주고 필요한 법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노사관계도 그렇다. 물론 대전제인 투명성 문제를 꺼내면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깨끗해졌다고 말했는데 `차떼기` 사건만 나오면 할 얘기가 없다. 차떼기 한 회사들은 그 차떼기한 돈에 `0을 몇 개 붙여 노력해도 이미지 무너진 것 만회하기 힘들 것이다.
-노무현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 후 재계가 투자 확대하고 일자리 늘리겠다고 나오고 있는데.
▲개별 기업들 문제로 잘 모르겠다. 일부 언론에선 이 마저도 `군사정권 시기냐`며 비판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 있나. 기업들이 정말 투자하면 어쩔 건가. 사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줬다는 데 의의 크다. 또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경제에 관심 쏟지 않았는가. 마치 이 정권만 그런 것처럼 하면 되겠는가. 역대 정권 때도 다 그랬고 다른 국가 원수들도 외국 갈 때 보면 기업인들 다 데리고 다니면서 하지 않나. 대선자금 이후 같은 자리에 앉은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진전이다. 당사자들 입장에서 얼마나 쑥스러운 자리였겠는가. 오라고 해서 회의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기업가 입장에서 보면 항상 불안하기 마련이다. 단체로 만나서 `잘해 봅시다` 그러면 좋은 것 아닌가.
-간담회 후 정부도 몇 가지 규제를 풀고 있는데.
▲정부에서 계속해서 풀 것이다. 치앙마이는 인구 30만명 밖에 안되는 도시다. 그런데 우리 유학생이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치앙마이의 외국인학교(인터내셔널 스쿨)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치앙마이는 그것 갖고 장사하는 것이다. 콸라룸푸르의 인터내셔널 스쿨엔 미국인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한국학생들이라고 한다. 빤히 보고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골프 치면 몇십만원 든다. 그런데 동남아로 가면 훨씬 적게 든다. 언론에서 `해외골프여행이 얼마나 늘었나?`를 쓰기 보다 `왜 나가나?`를 써야 한다. 해외부동산투기를 보도할 때도 `왜 복부인들이 나가나?`를 써야 한다. 초점은 개방이다.
-제35차 ICC 마라케시 총회의 의의는.
▲ICC는 역할이 두개다. 한 개는 WCC(세계상공회의소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WBO(세계 최대의 비즈니스조직)으로서 전세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기구를 상대로 시장경제 원칙을 설득한다. 이번 총회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장이란 좋은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기업의 이익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는 어렵지 않나.
▲미국하고 유럽연합(EU)하고 갈등이 있을 경우에는 중립을 지킨다. 물론 민감한 사항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가 어렵지만 큰 틀에서 원칙을 지킨다. 사실 EU는 유전자 조작 등을 이유로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미국 농산물 반대하면서도 미 농무성이 인정했다며 미국의 농약은 쓰는 `더블 스탠더드`를 채택하고 있다. ICC 회장이란 것이 의전적 역할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찬성 반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년부터 ICC 회장이 되는데 포부는.
▲ICC도 설립후 문제가 많이 누적되어 왔다. ICC 개혁에 앞장설 것이다. 특히 현 회장이 마련한 개혁안을 잘 실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