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현장, `폭풍전야의 고요`

(이모저모)롯데호텔 반도지점 환전중지로 투숙객 불편
  • 등록 2003-06-18 오후 12:04:08

    수정 2003-06-18 오후 12:04:08

[edaily 오상용기자] ○… 18일 오전 푸른색의 물결로 뒤덮였던 조흥은행(00010) 본점은 폭풍전야 처럼 긴장속의 고요가 찾아들었다.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노조원 6000여명은 전날 지도부의 집결명령에 따라 서울 광교 본점으로 모여들었고, 이날 오전 9시 총파업을 선언식을 마쳤다.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은 "강경진압 입장을 되풀이하는 정부에 맞서 맨몸뿐인 노조는 `파업`이라는 답변을 내렸으며, 모두가 공생할 길을 선택할 것인가 공멸뿐인 길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가 답할 차례"라며 결사항쟁의 의지를 다졌다. 본점 7층 은행장실에는 전날 오후부터 점거농성에 들어간 노조원 10여명이 머무르고 있으며 8명의 청경이 행장실 주변을 에워싸고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본점으로 통하는 주차장 출입구는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정부의 공권력 투입에 대비,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며 간간히 식수와 라면을 실은 차량만이 지나다닐 뿐이다. 일부 노조원들은 휴대폰으로 가족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본점 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여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조흥은행 파업 관련 기사를 돌려 읽고 있다. 조흥은행 노조는 잠시 휴식을 취한뒤 오후 3시 본점앞 주차장에 재집결,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복도에서 밤을 지샌 A씨(강남지점근무)는 "동료의 삭발한 머리를 보며 서로 힘을 얻는다"면서 "국민의 재산을 헐값에 넘기려는 재정경제부의 일관성없는 금융정책에 맞서 한국금융과 노동사의 새 장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 조흥은행 여의도 지점과 영등포 지점 등은 파업소식에 평소보다 3배이상 많은 고객이 몰려 들었다. 지점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이 예금전액을 인출하고 있으며 입금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외환업무가 많은 롯데호텔 반도지점은 외환업무 중지로 호텔 투숙객들이 일부 불편을 겪고 있다. 지점 관계자는 "현금입출금과 ATM기를 통한 현금인출 등 기본적인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외환업무와 당좌개설 등 전문적인 업무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지점 관계자는 "직원 급여 및 영업자금 대출을 약정한 거래업체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지급이 이뤄지도록 지침이 내려 왔다"면서 "거래 기업에 대해서는 각 지점마다 융통성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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