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가산을 탕진하고 직장마저 잃는 비참한 신세다" 경영진교체후 물밑에서만 머물던 감원 태풍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현대건설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올 것이 왔다"며 애써 덤덤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쓰라린 배신감은 감원 태풍속에서 살아남든 희생되든간에 쉽게 지워질 게 아닌 성싶다. 노조 게시판에는 이런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가능한 한 모자란 놈 내보내고 똑똑한 놈 남게하기 위해 순서를 매겨서 명예퇴직을 받는다는 논리에 강한 똥침을 날리지 않을 수 없다. 뒷줄에 선 당신이나 앞줄에선 나나 일하는거, 회사에 보탬되거나 안되는거 다 똑같다. 무슨 건설이 고도의 하이테크닉 사업도 아니고....
딴데 갈데있고 계획있는 사람들은 먼저 손들고 나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에게 고마와하고, 그 대가로 위로금을 지급하고 그것이 맞다.
당장의 생활이 매우 어렵고 힘든 사람의 경우 잘림(감축)에서 제외해주기도 하고 그런거다. 삼성에서 사람칠때 사내커플부터 쳤는데, 그게 잘한일이든 못한 일이든, 그 근간의 논리는 평가할 수도 없는 능력 나부랭이에 우선해서 개인적 사정을 먼저 고려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해야하는 마당에 줄을 세워서 명퇴를 받고 안받고 하겠다는 한심한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고과와 영어점수 나쁜 사람들이 진급들을 잘해서 회사가 이모냥이 된것이 아니듯이, 앞줄에 선사람이 남아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서, 명퇴를 추진해야한다. …손들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고마와하고 박수쳐주는 명퇴를 추진해야지, 비참하게 짤려나가는 사람에게 명퇴라는 되도않는 위로를 뒤집어 씌우지 말자는 말이다"
명예퇴직을 실시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에 대해 직원들은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퇴직위로금의 지급이다. 그리고 명퇴 희망 숫자가 적을 때 고과, 영어시험 점수로 평가하는 강제퇴직 방식에 대해선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또 내부 인력을 줄이는 마당에 외부 인사를 계속 들여 앉히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채권단으로부터 2조9000억원의 출자전환을 받는 회사 입장에서 무슨 명예퇴직 위로금이냐는 외부의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에 귀기울일 대목이 없지 않다.
명예퇴직은 자신의 희생으로 회사를 구하고, 동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를 때 확실한 것은 "명예"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게되는 동료들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위로금은 명예를 지키고 동료의 고통분담을 적게하는 최적의 선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동진 노조위원장은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가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건설 직원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을 갖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이들은 IMF위기후부터는 해마다 연말에 상여금 일부를 반납해왔고 임금인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가산을 쏟아 부어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탕진한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2년전 건설의 유상증자 당시 직원들은 회사의 융자알선 덕분에 주당 6350원하는 우리 사주를 대거 샀다. 또 5년전 유상증자때는 주당 2만7000원으로 증자에 참여했다. 이 주식은 거의 휴지가 되다시피했다. 지금 건설주가는 835원(8일종가)이며 또 이달중에 84% 감자될 운명이다.
주당 2만7000원으로 증자에 참여한 직원도 있다. 한 직원은 7년간 해외 건설현장 근무하면서 번 돈 전부를 건설 증자때 쏟아부었다가 억대가 넘는 돈을 몽땅 날렸다고 한다.
가산 탕진에 이어 이제는 일자리까지 쫓겨나는 신세가 된 셈이다. 문제는 회사가 위로금을 지급할 여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에 가서 이를 협의해야겠지만 2조9000억원을 쏟아붓는 채권단 눈에 퇴직위로금이라는 것이 고와 보일리 만무하다. 때문에 회사나 노조 모두 고민중이다. 임 노조위원장은 "채권단에 이 문제를 아직 협의하지 않았다"며 "채권단의 동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명퇴 희망자가 모자랄 경우 강제 퇴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지 궁금해 하는 직원들은 명예퇴직을 실시해야하는 마당에 굳이 우수사원과 비우수 사원을 가리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제기한다.
어짜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법칙 아닌 법칙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텐데, 우수사원은 남게하고 비우수사원은 퇴직케 하려는 회사측 의도가 관철되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구분을 할 게 아니라 다른 기준으로 명퇴자를 선정하고 일괄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쪽에선 인력 감축을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외부인력을 영입하는 것도 문제다. 심현영 사장 취임후 지난달 25일 부사장급으로 3명의 현대건설임원출신을 다시 불러들였다. 또 상근의 특별보좌역으로 현대건설에서 고위임원을 지낸 5명을 영입했다.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원로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이들 영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그후 현대산업개발출신 2명이 전무 등 고위임원으로 추가 영입되면서 사내 여론은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건설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산업개발 출신이 어떻게 건설 정상화에 적임자라는 지적도 있고 내부의 젊고 유능한 사람을 키우지 않고 연로한 원로만 찾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직원들은 회사가 구조조정을 해야하고 인원을 축소해야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모두 수긍한다. 하지만 보다 명쾌한 원칙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퇴직자들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상 감원 태풍이 바로 앞에 닥치면 이같은 이성적인 주장도 힘을 잃을 것이 틀림없다. 자신의 문제이고 바로 옆 동료의 문제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생산적인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