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반란에 통제력 잃은 푸틴…우크라, 전세 뒤집을 기회 엿본다

반란 일일천하에 끝났지만…푸틴, 리더십 타격
최측근 프리고진 배신에 '완전한 통제력' 무너져
"무소불위 아우라를 잃었다"…우크라 대반격 도움
  • 등록 2023-06-25 오후 6:58:57

    수정 2023-06-25 오후 7:22:13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진입을 앞두고 무장 반란을 멈추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이래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이번 반란으로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흠집이 나서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분을 기회 삼아 반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FP)
푸틴의 ‘완전한 통제력’ 무너져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언론들은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가장 큰 위협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잠재적 라이벌을 견제하기 위해 엘리트 간 갈등을 부추기고 이를 중재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간 러시아를 통치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에서 드러난 것이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던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운 인물로, 푸틴의 신임을 받던 최측근이었기에 그의 배신은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접수한 후 하루 만에 800㎞를 진격해 모스크바 코앞까지 다다른 것은 러시아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완전한 통제력’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여기에는 러시아군보다는 바그너 그룹과 같은 민간 용병의 급속한 성장을 허용하고 러시아를 대신해 싸우도록 죄수들을 석방했던 푸틴의 결정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연구원인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WP에 “러시아 정부는 군 대신 용병을 통해 무력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법의 통치가 무력화되는 것을 허용했다”면서 “이번 프리고진의 반란은 국가 제도의 붕괴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10년간 투옥 후 망명한 전 러시아 석유 재벌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도 “최근 푸틴은 실수를 거듭하고 있고, 프리고진의 반란은 그에게 결정적 실수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위기가 어떻게 끝나든 궁극적으로 푸틴 정권은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이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해 인적·물적 피해와 내부 분열만 키웠다는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며칠 후에 승리할 것으로 자신했지만, 1년 4개월 넘게 전쟁이 지속되면서 푸틴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카고대 교수인 러시아 정치학자 콘스탄틴 소닌은 WSJ에 “푸틴의 가장 큰 오산은 그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완전히 부적절한 이해에 근거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그는 전쟁을 계속 멈추지 않으면서 매일 계속 오판을 하고 있고, 정치 및 군사 지도부의 실패에 대한 분노가 러시아 정권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상황 수습도 자신이 부하처럼 대하던 알렉산드르 쿠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손에 맡긴 셈이라 이래저래 체면을 구기게 됐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직후 급히 직접 TV 연설에 나서 프리고진의 반란은 “반역”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는데, 루카센토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결국 반역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고,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향했다. 크렘린궁이 벼랑에 몰릴 정도로 이번 반란이 상당한 위협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란에 집중력 떨어진 푸틴…우크라 반격에 이익되나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방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내분으로 러시아군의 힘이 분산되고 푸틴 대통령의 전쟁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분석했다. 러시아의 내홍이 심각해지면 러시아의 군대가 푸틴 정권 수호를 위해 동부 전선에서 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분 상황을 주시하며 전세를 뒤집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마이카일로 포돌랴크는 “러시아 엘리트들은 분열돼 있고, 푸틴은 무소불위의 아우라를 잃었다”면서 “앞으로 1~2일 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관건이지만 이번 반란은 러시아 정치 체제 붕괴의 명백한 증거이고, 전쟁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주의를 분산시킬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가 군대와 용병을 우크라이나 땅에 더 오래 둘수록 나중에 더 많은 혼란과 고통,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방어에 필요한 F-16전투기 등 모든 무기를 제공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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