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폐지 믿었는데"…오도가도 못하는 청약자들

[야당에 막힌 부동산 규제완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했지만
패키지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법안'
전세사기 여파에 국회서 발 묶여
양도세·취득세 완화도 여야 이견
이대론 '반쪽짜리 정책' 전락 우려
  • 등록 2023-05-14 오후 7:37:28

    수정 2023-05-14 오후 9:59:36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지난 2월 김 모 씨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더클래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전매제한 기간 8년, 거주의무 기간 2년 조건으로 후분양했다. 올해 초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하고 거주의무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김 씨는 계약했다. 직접 거주할 필요가 없는 데다 소유권 이전 등기만 하면 전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거주의무 폐지가 늦어지면서 김 씨는 기존 전셋집이 안 팔려 들어가 살기도 어려운 데다 거주 의무에 묶여 팔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묶여버렸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회 통과를 기대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 논의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김 씨처럼 오도 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법안인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달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했으나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처리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미분양 주택 증가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을 공공택지·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전매제한 기간을 줄여 입주 전 분양권을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정부의 1·3 대책 발표 이후 분양권 전매를 기대하고 청약에 뛰어든 투자수요가 늘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분양·입주권 거래 건수는 4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1월 41건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부동산 규제 빗장이 하나 풀렸지만 다시금 스텝이 꼬였다. 국회에서 발이 묶인 법안이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정부가 1년 미만 보유한 분양권 양도세율을 45%, 1년 이상 보유분은 일반세율로 과세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야간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거래 절벽에 놓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야당이 다주택자 세율 인하를 강력히 반발해 세법 개정은 국회서 계류 중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국토위에 계류 중인 의안은 총 1214건으로 본회의 처리안건은 257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는 패키지로 이뤄질 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며 “여·야가 ‘규제의 정상화’라는 대승적 측면에서 정책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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