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 사기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촌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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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27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2건)과 비교하면 4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1만2739건에서 9511건으로 25% 줄었다. 임차인의 외면을 받자 가격도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서울 연립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422만원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415만원까지 하락했다. 서울 단독주택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0월 296만원에서 지난달 256만원으로 집계됐다.
빌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방 2개짜리 신축 빌라의 전세보증금이 4억원대였는데 요즘 2억~3억원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전세 사기 이슈까지 떠오르면서 일대 전세시장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보증보험 문턱이 높아져 매수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 대책’으로 내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100%에서 90%로 낮췄다. 전세가율 계산에 활용하는 공시가격 기준도 집값의 150%에서 140%로 하향했다.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대폭 낮아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셋값 상한선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전셋값이 무너지면서 빌라를 처분하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지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1.7로 전국 평균치(82.3)를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이 수치보다 낮으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하락기에 아파트보다 빌라가 가격 하락 등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연립 등 다세대주택은 아파트값이 크게 뛰면서 이에 대한 대체재로 거래가 이뤄졌는데 아파트값 자체가 떨어지다 보니 매수세가 줄었다”며 “매수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하방 압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