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발전심의회를 열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일본의 은행대리업 제도를 언급하며 올 하반기 중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고이즈미 정부는 2005년 은행법을 개정하고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상품 가입, 송금 및 환전, 각종 증명서 발급 등 은행을 찾아야만 하는 서비스를 제3자가 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일본 은행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시골부터 지점을 줄이자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아무리 ATM이나 인터넷 뱅킹을 늘리더라도 대면영업이 필요한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리업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점포 수 줄이기에 나서자 은행대리업 제도를 만지작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비대면 영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기준금리가 0.50%로 떨어지며 돈을 벌 구석이 줄어든 은행들 역시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겠다고 점포 통폐합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7681개에 이르던 국내 은행 점포는 2016년 7086개로 내려오더니 올해 3월 기준 6652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디지털에 비교적 취약한 계층이 은행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힘든 만큼, 고려를 하라는 얘기다. 또 은행권이 점포를 폐쇄할 때 관련 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현재 은행권은 점포를 폐쇄할 때 △점포 폐쇄에 따른 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최소 한 달 전 소비자에게 안내하며 △대체수단(이동점포, ATM 등) 마련해야 하는 등의 자율 공동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수 감소 속도를 조절하면서 어떤 대안을 만들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앱이나 인터넷뱅킹이 젊은 층을 위한 제도라면 은행 대리업제도가 디지털 소외계층이나 노년층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의 은행대리업제도를 어떻게 한국에 적용할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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