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축 아파트 `계약자 이탈` 가속

마이너스프리미엄에 시공사 불신 겹쳐
용인·판교 등서 "중도금 납부 거부" 확산
  • 등록 2008-10-13 오후 1:42:33

    수정 2008-10-13 오후 1:42:33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용인 공세지구 D건설의 20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은 입주를 2개월 앞둔 13일 용인시청 앞에 모여 항의집회를 가졌다. 입주예정자들은 "이 회사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보유분을 다량 확보한 뒤 이를 30%가량 할인해 다시 팔았고 시공사 자금 악화로 시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입주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경부축 주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기존 집값이 하락하자 계약해지 및 중도금 납부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높은 분양가를 감수하면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매입했지만 집값 하락폭이 커져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데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이 자금난으로 부실공사를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세지구의 한 입주 예정자는 "당장 12월부터 입주인데 현재 실행공정률은 약 60%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며 "건설사는 입주시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하지만 이 경우 `날림공사`가 돼 안전에 문제가 생길게 뻔하기 때문에 잔금납부와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입주 예정자들은 "충분히 계약을 해지할 만한 사유가 되기 때문에 건설사가 계약금과 분양대금을 모두 환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건설사 측은 "공사가 다소 늦어진 것뿐 완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용인 상현지구에서 작년에 분양한 H건설 중대형 단지 입주예정자들 역시 단체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발코니 등의 일부 자재를 고급 자재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해당 건설사가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건설사는 중도금 납부 거부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들어 입주예정자대표회의 운영진을 형사고소했다.

인근 용인 동천지구 S건설 분양단지 입주 예정자들도 지난 8월 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중도금 납부 거부 동의서를 모은데 이어 쓰레기자동집하시설 설치, 기본 옵션품목 무상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들도 연말 입주를 앞두고 건설사와 대립하고 있다. 분양 당시 `당첨만 되면 로또`라며 주변의 시샘을 받았지만 현재는 인근 집값이 떨어져 프리미엄 기대가 줄었고 조망권을 막는 단지 배치 등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인이나 판교 입주예정자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분양가에 대한 프리미엄 기대가 사라진 탓"이라며 "여기에 건설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며 시공상 차질을 빚는 건설사들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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