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맥도날드 빅 맥을 든 청년들이 다양한 DVD 타이틀롤을 흝어보며 대여할 작품을 선별한다. 상점 다른 한 편에서는 컴퓨터로 휴대폰 벨소리 등을 다운받거나,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둔 사진을 인화할 수도 있다.
주요 비(非) IT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커피와 햄버거, 옷을 판매하는 상점 안에 DVD와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IT를 끌어들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주요 비 IT기업들이 미국인이 기술을 소비하는 방법을 바꿔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DVD 대여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제 고객들은 맥도날드에서 빅맥, 후렌치후라이를 사면서 원하는 DVD도 빌릴 수 있다. 또한 보크 브룩 등 일부 매장에서 벨소리 다운로드, 디지털 이미지 인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오스크(매점)도 시험 운영중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3년 처음으로 DVD 대여 서비스를 구상, 워싱턴 일부 주차장에 14개의 DVD 대여 자판기를 설치했다. 색다른 시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낳자, 올 여름 5개 대도시 매장에서 대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이번 노동절부터는 볼티모어 매장에서도 DVD 대여 서비스가 개시된다. 대여료는 하루에 1달러와 세금. 각 매장은 최신작 35~40개를 포함한 550여개의 DVD를 갖췄고 매주 목요일 신간이 들어온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미국 전역의 1만3700개 매장 중 1000개에 DVD 대여 키오스크를 운영할 방침이다.
케네스 T. 램버드 스타벅스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우리의 가장 최종적인 전략은 스타벅스를 잠시 들러가는 곳이 아닌 최종 목적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커피 한 잔 사들고 음반가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만들겠다는 것.
현재 시애틀과 오스틴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는 컴퓨터 스크린을 갖추고 있어, 쉽게 음악을 듣고 CD를 구울 수 있다. 특히 밥 딜런의 1962년 미공개작 `Live at the Gaslight`, 앨라니스 모리셋의 `Jagged Little Pill Acoustic` 등도 갖추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신종 스타벅스 카페는 일부 지역서 미지근한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CD 판매 매출은 괄목할 만 하다. 음반산업이 P2P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레이 찰스 데뷔앨범 77만5000장, 콜드플래이의 `X&Y` 11만5000장, 데이브 매튜 밴드의 `Stand Up` 10만7000장을 팔았다.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지난 2월 최근 휴대폰 판매를 개시했다. 최저가 29.99달러에 1분당 통화료가 20센트에 불과한 저가 휴대폰은 1년도 안돼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회사 측은 주로 저소득층이 구매하지만, 부유층이나 기술 전문가들의 구매도 만만치 않다고 귀뜸한다.
한 때 IT를 소비한다는 것은 전자제품 전문점에 가서 가격을 지불하고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레이저 디스크, 컴퓨터 칩 등의 가격이 폭락하고 장비들도 간소화되면서, 소비자들이 IT를 소비하는 방법이 변하게 됐다.
수많은 아울렛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기술 및 엔터테인먼트 장비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WP는 복잡하고 부담스러웠던 기술장비들이 우유와 계란과 같은 일상용품으로 일대 변신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조시 베노프 포레스터 리서치 연구원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에서 IT 관련 상품을 집어든다는 생각이 속도와 편리성에 사로잡힌 현대 문명에 잘 들어맞았다"며 "그것은 순간적인 만족감과 관련된 행위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