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관리의 주역들)SK글로벌 이명석팀장(상)

  • 등록 2001-11-14 오후 12:11:45

    수정 2001-11-14 오후 12:11:45

[edaily] 외환위기후 우리 금융시장은 세계화의 거센 물결에 휘말렸고 외환시장은 가장 심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기업들은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이후 대외거래 확대와 비례해 갈수록 커져만가는 환위험을 관리하는데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지않은 기업들이 환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고 때에 따라선 거액의 환차손을 입고 존립조차 위협받기도했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출기업 200개사 중 44%가 특별한 환위험 회피방법을 강구하고 있지않다. 이게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다. 지난달 미국의 존 F.O 빌슨 박사는 한 세미나에서 "기업경영 최후의 성공비결은 위험관리에 달려있으며 이를 위해 CRO(위험관리 최고책임자 Chief Risk Office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daily는 환위험을 직접 체험하고있는 국내 주요기업들의 외환담당자들을 찾아 그들의 거래경험과 철학을 탐문하는 기획 인터뷰를 마련했다. 그 첫 대상자는 SK글로벌의 이명석 딜링팀 팀장이다. SK글로벌은 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기준 지난해 12월결산 상장사 중 외화관련 순이익 1위 업체로 지난해 외환거래를 통해 무려 32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팀장은 입사 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딜링팀에 배치받았지만 6년만에 하루 수억달러의 포지션을 거뜬히 관리하고 많은 수익을 내는 "일급 트레이더"가 됐다. 공식적인 실무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학습을 통해 위험관리 전문가가 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약력은 기사하단 참조) -SK글로벌에는 언제 입사하셨습니까. ▲95년 대학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친 후 바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계속 이 일을 해왔습니다. -당시 딜링팀의 조직상황은 어땠습니까. ▲처음에는 국제금융팀이라는 조직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자금팀으로 들어왔다가 환거래 업무는 국제금융팀 소속이라기에 국제금융팀으로 옮겼죠. 국제금융팀에는 과장, 대리가 한 명씩 계셨고 사원으로 제가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업무자체가 6개월 후에 자금팀으로 다시 넘어갔다는 겁니다. 1년 후 처음 모셨던 과장님이 다른 팀으로 옮겨가셨어요. 그 당시만 해도 이일이 전문직이 아니라 순환보직 개념이 강해서 이동이 잦았습니다. 전문가가 없다보니 2~3년 하다가 다른 팀으로 가고..한 가지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저는 무척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SK증권으로 가신 남승엽 부장님을 만난 게 행운이었습니다. 그 분 밑에서 가나다부터 배운 셈입니다. 남 부장님은 사실 주식전문가셨습니다. 미국에 계실 때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일하신 경험도 있고요. "트레이딩은 이런 거다. 머니게임에서 돈을 벌려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야말로 도제식 수업이죠.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한다"는 걸 몸소 겪지않으면 안 되거든요. 남 부장님 밑에서 3~4년 세월이 금방 지나갔고 그 분이 증권으로 옮겨가시면서 "이제 너 정도면 혼자 꾸려가도 괜찮겠다"라는 말씀을 해주고 떠나셨습니다. 6개월 동안은 저 혼자하 거래하다가 요즘 대리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외환외에 주식, 채권쪽 거래도 하십니까. ▲지금은 할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 쪽 상황을 안 볼 수는 없으니까 항상 체크하죠. 머니게임에서는 펀더멘털, 테크니컬 접근이 있는데 제가 배운 건 철저히 테크니컬한 접근이에요. 사실 기자분들을 비롯해 이쪽 분야에 몸담고 계신 분들로부터 전화도 꽤 받는 편입니다. 아까도 한국은행의 조사역 한분이 "환율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전화하셔서 얼마 정도 예상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왜 그러냐고 물으세요. 제가 그랬죠.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전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만큼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차트를 분석하고 과거 예를 들어보면 이렇게 움직일 것 같다고 말씀드린 거고 거기에 경기상황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그런 말을 갖다붙일 필요가 없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식을 폄하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여태까지 이걸 통해 돈을 벌었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없죠. ◇피말리는 머니게임의 세계..손절매는 "칼같이" -회사의 포지션 헤지가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거래하신단 말씀이군요. ▲네. 농담이지만 헤지만 한다면 초등학교 나와도 할 수 있어요. 달러 남으면 팔면 되거든요. 그걸 위해서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다시 머니게임에 뛰어든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요구하는 일인데요. ▲자랑이 아니라 전 저희회사가 어떤 시중 금융기관보다도 셋업이 잘 돼 있다고 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차근차근 거래한다면 위험부담을 져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에요. 종합상사의 특성상 저희 회사도 평균 Exposure(환위험 노출규모)가 몇 억달러가 넘지만 저는 하루 평잔 몇 억달러를 다 관리합니다. 보고체계나 거래한도가 잘 갖춰져있으니 그 안에서 거래하면 됩니다. -달러 유입이나 유출상태는 미리미리 알고 거래하십니까. ▲물론입니다. 갑자기 확 들어오거나 나가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향후 유입유출 규모가 어떻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면 거래할 수 없죠. 들어올 게 있으면 저에게 바로바로 통보가 옵니다. -통제는 어떤 식으로 받고 있습니까. ▲컨트롤러 업무는 부회장이신 CFO께서 담당하십니다. 제가 데일리 리포트를 쓰는데 이걸 자금담당 임원, 실적담당 팀장, CFO 세 분께 보고하고 CEO께는 월간으로 올립니다. 제 포지션 한도나 손절매(stop-loss) 한도가 얼마인지는 밝혀드릴 수 없지만 그 분들은 1분1초마다 제가 한도를 지키고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좀 된다" 싶어서 한꺼번에 지르거나 그런 일은 없다는 말씀이군요.(웃음) ▲포지션 리미트는 철저하게 지켜야합니다. 그걸 어기면 용서가 안 돼요.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이를 어기면 바로 해고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이 안 돼있는 거니까요. 손절매를 안 지키는 것은 걸을 줄도 모르면서 뛰려고 하는 행태아닙니까. 어쩌다 뛸 순 있겠지만 다음엔 바로 넘어집니다. 사실 과거에 몇몇 대규모 회사들도 그런 일 많이했어요. 자기자신의 룰을 안 지키니까 한 순간 큰 회사가 날라가게 되는 겁니다. 머니게임에서는 단 한사람의 잘못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옵니다. 베어링 증권 파산이 바로 그 예가 아닙니까. 위험부담이 없으면 안되니까 리스크는 져야죠. 돈을 번다는 뜻은 잃을 위험도 있다는 말인데 위험관리는 기본이 아니겠어요. 돈 잃을까 두려워 거래 못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지만 기본적인 룰을 안 지키면서 거래하는 것은 더 위험합니다. ◇100% 헤지는 기본 -거래하는 사람의 기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외환위기 전에는 환율이 움직이지 않았잖아요. 그땐 어떤 식으로 거래하셨나요. ▲헤지라는 개념도 잘 없었죠. 뭐 외환위기 전에는 사실 100% 헤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가 3억달러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이면 반드시 그 금액만큼 달러를 사들여 커버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종합상사들이 모두 금을 거래했습니다. 금을 들여와서 800원대에 팔았어요. 당시 임원들은 환율변화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었고 환율상승은 더욱 생각도 못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외환위기 전까지 90년대에는 환율이 800원에서 600원까지 떨어지던 때였으니까요. "원화절상 시기에 헤지가 웬 말이냐"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외화차입으로 금을 사들여서 800원에 팔았습니다. 금을 팔 때되면 환율 750원 돼 있으니 차입금이 줄어들죠. 당시 한국 금리도 미국보다 2배 높았으니 꿩먹고 알먹는 격이죠. 이게 버전업이 돼서 각 기업들이 외화를 다루는 규모가 점점 늘어난 겁니다. 과거에 종합상사들이 환투기해서 이익을 많이 냈습니다. 상사가 들여오는 상품들이 대부분 마진이 작은 품목들이라 환투기를 통해서도 돈을 벌었죠. 그때와 달리 요즘 저희 회사는 포지션의 100%를 헤지합니다. 마케팅 프로덕션 리서치(MPR) 부서에서는 환위험을 100% 저에게 전가시켜야 합니다. 본인들은 영업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만 노력하고요. 최고경영자께서 강조하시길 "영업부는 영업이익만 신경써라. 환차익에 대해선 잘했다고 평가해주지 않겠다. 하지만 환차손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 고 말씀하셨거든요. 외환과 관련된 부분은 모두 전문팀에게 맡기고 영업팀은 영업에 더욱 신경쓰라는 뜻입니다. 98년 1월부터 저희팀이 헤지를 책임졌고 99년에는 저희도 영업팀에 대해서 "영업은 무조건적으로 100% 헤지해라"고 주문했습니다. 환율변동성이 커지고 거래규모가 늘어나면서 위험부담이 엄청 커졌기 때문입니다. 영업팀도 정신 바짝 차려야죠. 저희가 아주 많을 때는 평잔으로 6억달러에 달하는 익스포져(포지션 노출)가 생겨요. 6억달러의 반이면 3억달러인데 환율이 10원이 변한다면 30억이 왔다갔다 하지 않습니까. 종합상사 수익중 30억을 하루에 잃을 수 있다는 건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거래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이뤄집니다. 제가 환율상승을 예상한 시기에 회사가 3억달러 달러매수초과(롱) 상태가 됐어요. 그럼 헤지를 위해서는 이걸 다 되팔아야 하는데 저에게 부여된 한도가 1000만달러라고 가정하면 2억9000만 달러만 팝니다. 나머지 1000만달러는 이익을 위해 남겨두죠. 3억달러 다 팔고 1000만달러를 되살 수도 있지만 거래비용이 드니까 효율성을 위해서 이 방법을 택한 겁니다. ◇집중력과 수리력이 중요 -외환위기 전에는 지금처럼 각종 통신사 단말기나 좋은 프로그램과 같은 툴이 없었을 때인데..어떤 식으로 거래하셨습니까. ▲처음에는 장부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엑세스를 사용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어요. 전산팀에다 문의한 것도 아니고 일일이 책을 사다 배워가면서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그게 98년이었고 업데이트가 계속적으로 이뤄졌죠. 요즘에는 저와 영업팀, 회계팀 모두 실시간 거래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사내선물환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를 쓰고 있습니다. -하루 거래일과를 말씀해주시죠. ▲특별한 건 없고..저는 장중에 게임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시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이니까요. 오히려 체력과 업무 효율성만 떨어지고. 대신 미리 계산은 철저하게 해둡니다. 아침 일찍 오늘 손절기준, 매매방법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놓습니다. 오늘(11월1일) 일과를 말씀드릴께요. 저희가 오늘 1296원에 500만달러를 샀어요. 그런데 오전중 1296원이 무너지니까 저희 팀 대리는 겁을 먹는 겁니다. 저도 그 연차때는 당연히 그랬으니까 "1294원70전이 부러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손절매한다. 그러니 그 때까진 겁먹지 말라"고 말해줬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이 선이 상당히 중요한 저항선이 된다고. 트레이딩에는 집중력과 수리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장이 안 움직이는 것 같아도 한 순간에 움직이거든요. 이때 뛰어들수 있는 집중력과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감이 왔을때 뛰어들려면 당연히 미리미리 계산을 해놓아야하고요. 말씀은 이렇게 드리지만 사람이 제일로 하지말아야 할 일이 바로 샐러리맨 생활이고 그 중에서도 돈 먹기 게임하는 일입니다.(웃음) 사실 저야 뭐 이때까지 별탈없이 지내왔고 회사에 돈도 많이 안겨줬지만 회의가 들 때도 상당히 많습니다. -아니 왜요. ▲철저한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돈 번만큼 다른 누구는 돈을 잃는다는 얘기니까요. 저도 매일매일 거래하면서 돈 잃은 적이 많은데 그 기분을 모르겠습니까. 주식거래는 좀 다릅니다. 100원에 주식을 사서 300원이 됐다면 아무도 잃은 사람없고 300원에 산 주식이 100원이 됐다해도 저만 잃은 건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외환은 제가 벌면 누군가는 잃게 돼 있습니다.
(중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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