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김응열 기자] “연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몰아칠 것이다.”
삼성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005930) DS부문장 부회장이 ‘위기론’을 직접 거론하며 전례가 없는 사과문을 내놓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전 부회장이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인 만큼 연말 큰 폭의 조기 인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 리더 격인 삼성이 움직이자 복합위기와 마주한 다른 그룹들 역시 예년보다 인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의 3분기 실적 부진 메시지 이후 삼성그룹이 ‘11월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께 인사를 발표해 왔는데, 이미 인사평가에 돌입했고 인사 시기까지 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부회장 역시 지난 5월 이례적으로 ‘구원투수’로 반도체 사업에 투입된 인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의 폭 역시 전례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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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회장은 이번 메시지를 통해 세간의 위기론을 인정하면서 “한 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 등으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투자자와 소통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견해와 함께 사과문까지 낼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동시에 나올 정도로 ‘전영현 메시지’의 충격파는 상당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아닌 전 부회장이 직접 사과했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유명한 그가 확실하게 키를 잡고 대대적인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과문은 향후 있을 인사를 앞둔 일종의 신호탄”이라며 “대내외 모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연말 정기인사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말 조기 인사는 올해 재계 전반의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쏘아 올린 위기론 이전에 이미 주요 그룹들이 글로벌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어서다. 미국 대선, 보호무역, 중동 확전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반도체, 자동차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먹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위기 돌파를 위한 충격요법이 더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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