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기업에 필요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법정 인증제도를 대수술한다. 현행 법정 인증제 257개 중 115개를 폐지·개선하는 등 전체의 약 75%에 달하는 189개를 개선키로 했다.
|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조실 규제혁신추진단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마련한 인증규제 정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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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마련한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논의 후 이같이 결정하고 소관부처에 개선을 지시했다. 규제혁신추진단은 민·관·연 합동으로 파급효과가 큰 덩어리 규제를 발굴·개혁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조직이다.
정부는 257개의 법정인증 제도를 제로베이스에 검토해 189개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24개는 폐지하고, 91개는 인증마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법정인증에서 제외한다. 또 평가항목·절차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8개 인증은 통합하고, 비용이나 절차가 과도한 66개는 개선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1527억원의 기업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증 폐지·통합을 통해 연 70억원, 인증제도 개선 등을 통해 연 1457억원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폐지가 결정된 24개 인증 중 식약처 소관의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코스모스(COSMOS) 인증’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에도 별도로 운용돼 기업에 이중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컸다. 코스모스 인증이란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4개국의 5개 인증기관 연합해 만든 인증기준으로, 관련 화장품 수출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외에도 △인성교육프로그램 인증(교육부) △한국관광 품질인증(문체부) △우수 도시숲 등의 인증(산림청) 등도 폐지대상에 포함된 인증이다.
인증제도에 부합하지 않아 제외된 91개의 인증 중에는 수산식품 명인(해수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고용부) 등이 포함됐다. 규제혁신추진단은 “국가·국제표준 등 기술기준이 미비하고 사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인증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증대상과 시험항목 및 절차가 유사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및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등 8개의 유사·중복 인증은 통합된다. 또 현행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과기정통부)은 300억원 이상으로 대상 기준을 완화하고 심사항목 심사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축소해 간이심사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 (자료 = 국무조정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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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근본적인 인증제 개선을 위해 미·일·EU에서 운용중인 자기적합성선언(사후관리방식)을 도입하고, 민간 인증기관 허용 및 상호인정협정(MRA) 확대 등도 추진한다. 자기적합성선언이란 기업이 스스로 인증기준에 적합함을 선언하고, 제품 등의 안전성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후관리 방식이다.
또한 국가표준기본법에 인증(certification) 정의를 명확히 하고, 신설 인증의 적절성과 인증 정의 부합성 심의를 강화한다. 공공조달에서도 인증낙찰 가점을 정비해 필요 인증 취득으로 인한 기업 부담을 경감할 방침이다.
정부는 “‘인증규제 정비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에 대한 부처별 세부 추진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정부 업무 평가 결과에 반영하는 철저히 사후관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