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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방문한 청담동·압구정동 일대에 있는 헤어숍의 클리닉(모발 또는 두피 관리) 1회당 가격은 16만~28만원 선이다. 일부 매장의 고가 클리닉 회당 가격은 60만~8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위 ‘부자’ 고객들은 비싼 가격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십 년 경력의 미용사들은 VIP 고객들은 눈에 띄는 시술보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관리에 더 집중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인 헤어숍 고객들은 줄어든 머리숱과 가늘어진 모발을 감추기 위해 펌으로 일시적인 볼륨감을 만들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그친다. 장기적으로 탈모를 촉진하는 원인이 되어서다.
부자들은 꾸준한 두피와 모질 관리로 좋은 영양분을 공급해 모낭을 살리고 새로운 머리가 날 수 있는 기반을 세운다. 단순히 돈을 펑펑 쓴다기보다 관리가 필수적인 부분에 ‘투자’를 하는 셈이다.
40년 경력 청담동 1세대 헤어디자이너 정현정 ‘파라팜’ 원장은 “VIP 고객일수록 단순한 스타일링보다는 근본적인 관리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건강한 두피에서 건강한 머릿결이 만들어지는 만큼 머릿결이 푸석거리거나 갈라지면 먼저 두피 상태부터 살피고 영양을 보충해 줘야한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두피와 모발 케어에 집중하는 이유 중에는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피부의 연장으로서 두피는 아주 예민한 부위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지루성 피부염이 생긴다거나 환절기 등에 탈모 현상이 강화하는 등 두피 건강에서 몸 건강 신호를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래된 화랑을 운영하는 김 모(53·여) 씨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두피에 울긋불긋한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머리카락이 심각할 정도로 많이 빠졌다”며 “병원 다닌다는 생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1년 넘게 관리를 받았는데 요즘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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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트먼트의 경우 사용하는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 트리트먼트는 손상된 모발을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에 가깝게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박정은 ‘꼼나나’ 도산 원장은 “시간·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 고객분들은 머리 상태가 지저분해지기 전에 미리 커트를 하거나 관리를 하는 것 같다”며 “깔끔함에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블랙핑크 제니·공효진 등의 헤어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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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표적인 헤어 제품은 80년 역사의 프랑스 대표 스킨·헤어케어 브랜드 ‘시슬리’가 있다. 시슬리 연구소에 따르면 일반 피부와 두피는 구성·기능이 매우 유사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피로, 오염, 유전적 노화 등 손상 요인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와 마찬가지로 두피에서는 피지와 땀이 분비된다. 이에 유분과 수분의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생긴다.
시슬리의 헤어케어 제품은 샴푸(200㎖) 가격이 9만2000원, 컨디셔너는 8만5000원에 이른다. 국내 대기업 제품보다 무려 30배나 비싸다. 에센스처럼 사용하는 트리트먼트 오일(100㎖) 가격도 12만5000원으로 시중 제품보다 12~15배 높다.
검증된 브랜드 제품 사용 외에도 부자들은 본인이 다니는 헤어숍에서 직접 제작하거나 주문·판매하는 기능성 제품 등을 사용해 머릿결을 관리한다. 헤어숍마다 제품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고단백·무실리콘 등 좋은 성분으로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헤어숍 맞춤 관리의 연장 측면에서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