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기관들 "하반기 쉽지 않다"…믿을 건 콘테스트뿐?

투자 적극 나섰던 연기금·공제회, 올들어 소극적
대체투자 자금 상당수 소진…관망 나설 것
"하반기 콘테스트, 위기 때 투자성적 중요"
  • 등록 2022-06-23 오전 10:18:20

    수정 2022-06-23 오후 7:34:48

[이데일리 조해영 김대연 기자] “지난해에 자금 집행 계획을 세우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상황이 더 안 좋다. 일단은 금리 불확실성이 걷히고 시장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관계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기관투자자의 하반기 투자 계획도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신규 투자에 나설 자금도 적은 상황이어서 이미 투자한 건에 대한 관리를 위주로 ‘차분한 하반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예상보다 더 안 좋다…하반기 관망세”

최근 시장에서는 ‘딜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둥둥 떠다닌다’는 얘기가 나온다. 딜을 받아줘야 하는 주요한 축인 기관투자자의 태도가 올해 들어 완전히 바뀐 것이 한 이유다. 연기금·공제회들은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활발한 신규 투자에 나섰던 지난 2년과 달리 올해 들어 돈줄을 확 조였다.

회원 대출 증가로 자금이 빠져나간 데다가 기관 내부적으로 ‘지난 2년 동안 투자를 너무 많이 해 놨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소극적인 투자 기조로 돌아섰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투자를 안 했으면 모를까, 투자해 놓은 건이 있기 때문에 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선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다”며 “시장까지 안 좋으니 관망하며 한 템포 쉬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점쳤던 상저하고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하반기 들어 시장이 좋아지면 기관들이 추가로 자금을 배정해서라도 좋은 딜에 베팅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하반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그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이렇게까지 침체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하반기에 시장이 확실히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며 “올해 받은 자금을 상반기에 거의 털었고 하반기에는 신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투자한 자산을 관리하는 모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선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자 콘테스트, 위기 때 레코드가 중요”

이런 상황이 하반기로 예정된 기관들의 출자 콘테스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운용사 대상의 출자 규모가 줄어들거나 일정이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 기관에서는 이달 중으로 예정했던 블라인드펀드 콘테스트 일정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연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콘테스트 응모 시에 전체 펀드의 일정 비율 이상의 금액을 확보해와야 하는데 시장 상황상 펀딩이 어려워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운용사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예정된 콘테스트는 큰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관들이 9~10월부터 다음 연도의 운용 계획을 세우는 데다가, 빈티지(펀드 결성 연도) 관리를 위해서라도 완전한 ‘개점휴업’ 상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3~5년 뒤의 수익을 기대하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전망보다는 그 이후를 예상하고 가는 것”이라며 “과거 위기나 침체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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