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 참석,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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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이후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아주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측이 오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남북정상의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수락하면 한반도가 아닌 해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역사적 이벤트가 마련된다.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24일 두둑한 순방성과를 안고 귀국했다. 한러간 경제·통상분야 협력 강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남북한 월드컵 공동개최’라는 승부수도 던졌다.
푸틴, 9월 동방경제포럼에 남북정상 참석 요청…文대통령 “외교일정 살펴본 뒤 답 주겠다”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이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이 수락하면 지난 4월과 5월 1·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진기록이 만들어진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국제회의체다. 남북러 3국간 접점은 크다. 러시아의 자원, 북한의 노동력,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질 경우 적잖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조치 이후 제재 해제와 경제개발에 관심이 크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만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경우 북일수교 정상화 논의 등으로 판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시기적으로 볼 때 가을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측의 의지에도 북한이 불참한다면 문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은 사라진다. 다만 오는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한러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인 이른바 ‘나인 브릿지(9개 다리)’ 구상에 대한 양국 서명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문 대통령의 참석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나인 브릿지 구상은 가스, 철도, 항만, 인프라, 전력, 북극 항로, 조선, 일자리 창출,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의 한러 공동의 투자협력 프로젝트다.
푸틴과 정상회담 ‘한러 FTA’ 등 경협 추진…文대통령 “남북한 월드컵 공동개최 현실화”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양국 경제협력 확대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신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을 각각 추진 중인 한러 관계와 관련, “서로에게 최적의 실질협력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한러 정상이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까지 교역액 300억달러, 인적교류 100만명 목표 달성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또 한러간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 착수에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철도·가스·전력 분야 남북러 3각 협력 사업도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가스·전력 분야 협력은 남북한과 러시아는 물론 일본까지 연결할 수 있다며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도 밝힌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북한 월드컵 공동개최 추진’도 공식화했다. 24일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예선 경기 중 지아니 인판티노 피파(FIFA) 회장을 만나 “월드컵 남북공동 개최를 말했는데 그게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공동개최 추진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남북경협 이슈뿐만 아니라 ‘월드컵 공동개최’라는 흥미로운 의제가 추가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