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못 믿어"…은행, 지갑 닫는다

대·중소기업 신용위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
대출 수요 늘어 자금경색 '우려'
가계 신용위험, 카드사태 이후 최고
  • 등록 2013-01-03 오후 12:00:30

    수정 2013-01-04 오전 7:38:24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새해 들어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금융기관이 보는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신용위험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의 신용위험 역시 큰 폭으로 올라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 자금난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행태지수는 -2로 2009년 4분기(-4)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은행의 대출태도가 그간의 완화 기조에서 다소 신중한 모습으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특히 은행들은 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대한 지갑 끈을 더욱 거세게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대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2분기 금융위기 당시(-9) 이후 최저치다. 중소기업 대출태도 역시 3포인트 떨어져 -3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이 평가하는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이 평가한 대기업의 1분기 신용위험지수는 13으로 전분기보다 4포인트 올랐다. 2009년 2분기(16)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전분기와 같은 3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 봤다.

이승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내수침체에 허덕이고 있고, 웅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기업의 경영상태 역시 양호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행되는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도 은행의 대기업 신용 평가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기업의 대출 수요는 늘어나 자금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기업들이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리 여유자금을 확보하면서 대기업 대출수요지수가 전분기보다 10포인트나 늘어난 16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 부진에 의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아래, 중소기업 대출수요 역시 3포인트 늘어난 16을 기록했다.

한편 가계의 신용위험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고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가계의 1분기 신용위험지수는 34로 2003년 3분기(44) 이후 최대이며 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9포인트나 높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용선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팀장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기존의 완화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일반자금에 대해서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로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 주택자금과 일반자금에 대한 은행의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3과 -3으로, 전분기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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