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행태지수는 -2로 2009년 4분기(-4)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은행의 대출태도가 그간의 완화 기조에서 다소 신중한 모습으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특히 은행들은 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대한 지갑 끈을 더욱 거세게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대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2분기 금융위기 당시(-9) 이후 최저치다. 중소기업 대출태도 역시 3포인트 떨어져 -3을 기록했다.
이승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내수침체에 허덕이고 있고, 웅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기업의 경영상태 역시 양호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행되는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도 은행의 대기업 신용 평가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기업의 대출 수요는 늘어나 자금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기업들이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리 여유자금을 확보하면서 대기업 대출수요지수가 전분기보다 10포인트나 늘어난 16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 부진에 의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아래, 중소기업 대출수요 역시 3포인트 늘어난 16을 기록했다.
김용선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팀장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기존의 완화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일반자금에 대해서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로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 주택자금과 일반자금에 대한 은행의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3과 -3으로, 전분기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