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시장은 하늘에 낀 먹구름이 언제 빗방울을 뿌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속 편한 장사를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장터 네 거리의 초대형 상점(현대건설 대우차 쌍용)이 문을 닫을지, 장사를 계속할지도 관심사였다.
구경꾼만 가득할 뿐 실제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는 크게 줄었다.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큰 상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바다건너 시장 소식에도 귀를 기울였다. 주가는 내렸다. 채권쪽은 등락을 거듭했으나 거래는 한산했다. 외환시장은 이런 불안감 탓인지 외국 돈(달러)을 더 사들이는 이들이 다소 늘었다.
◇약세를 돌아선 주식시장 = 자본시장에 현대건설과 대우차, 쌍용그룹 처리를 둘러싼 관망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 코스닥 주가지수 시장이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7일 주식시장은 거래소 종합주가지수가 3.31포인트 내린 553.35로, 코스닥종합지수가 보합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0.83포인트(1.03%) 하락한 79.63포인트로 각각 마감했다.
거래소시장에서 현대그룹주들이 모두 내렸다. 262종목이 올랐으나 두배가 넘는 566개가 내렸다. 건설주들이 4% 넘게 내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매수에 주력했다. 거래량은 3억4000만주수준으로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삼성전기 한국통신 포항제철 등이 내렸고 SK텔레콤 한전 국민은행 등은 올랐다. 선물 약세에 연동된 프로그램 매물이 거래소에 출회되자 지수관련 대형주는 대체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주목할만한 현상은 지난 3일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청산또는 법정관리 판결을 받은 종목들이 일부 반등한 것이다. 대한통운 청구 동아건설 삼익건설 등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양철관 세계물산 우성건설 일성건설 등은 강세로 전환됐다. 우방은 상한가를 이어갔다. 동양철관은 25원이 오른 985원에 마감했다. 반면 대한통운은 3일연속, 청구는 2일 연속, 동아건설은 3일 연속, 삼익건설은 2일 연속 각각 하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은 방향성없는 혼조세로 상승 6일만에 하락했다. 연5일 상승한데 따른 피로감과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들은 팔았다. 투신도 팔았다. 개인투자자들만 사는데 주력했다. 종목별로는 상승 215개에 하락 347개였다. 상한가가 57개에 달했다. 동특 리타워텍 등 A&D주들이 모처럼 강세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의 20일선 돌파시도는 3일째 무산됐다. 거래규모는 최근 1개월내 최다치를 기록했다. 건설업을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기타 금융업 벤처기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주가가 10만원이 넘는 고가주로 매수세가 집중된 점도 이날 두드러진 현상이다.
3시장은 장 막판 일부종목의 강세에 힘입어 보합선에 마감했다. 수정주가는 1만6481원으로 전날보다 45원 올랐다. 116개 종목 중 상승종목은 27개, 하락종목은 39개였다.
한편 일본 도쿄시장도 구경제주와 소니 등의 기술주 블루칩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하락 마감했다.
선물시장은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 전망과 이익실현 욕구가 겹치면서 6일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전날 막판 비정상적인 매수세로 인한 상승분이 조정을 받았지만, 오후 들어 하락폭이 커지면서 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선물 최근월물인 12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1.75포인트(2.49%) 하락한 68.4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미결제약정은 전날보다 1057계약 줄어 3만7519계약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환매 2588계약을 비롯해 총 288계약 순매수했다.
◇거래량 급감한 채권시장 = 국채선물이 하루종일 극도의 거래부진에 시달리며 지난 8월30일 이후 3개월만에 최소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지준일을 맞아 채권시장은 현선물 모두 거래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국채선물은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 전일 종가와 같은 100.01 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7일 선물시장에서 12월물 국채선물은 전일 종가보다 0.06포인트 낮은 99.95포인트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국채선물은 100포인트 초반대로 상승한 후 장 종료때까지 이 수준을 유지, 결국 시가인 99.95포인트가 이날의 최저가가 됐다. 국채선물은 대우차 노조가 구조조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오르고 쌍용양회 루머에 내리는 모습이었다.
투신권은 전체적으로 단기자금 이탈 가능성을 안고있는 점이, 은행권은 회생기업지원, 부실채권 충당금부담 등으로 운신폭이 좁아진 점이 시장을 무겁게 만들었다. 한국은행은 통안채 정기입찰을 취소했다.
◇외환시장 = 주가지수가 하락반전되며 달러화 매수세가 강화돼 환율이 올랐다. 7일 달러/원 환율은 불안심리에 편승한 달러매수세를 업고 1136.10원으로 올라섰다. 전날보다 3.40원 오른 것이다.
11시를 넘기면서 은행권이 달러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승폭이 서서히 확대, 11시11분쯤엔 1134.50원까지 상승했다. 오전 마감보다 40전 높은 1134.60원으로 오후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135원대 안착을 시도한 끝에 차츰 상승세가 뚜렷해지며 2시52분 1136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386억원 주식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53억원 순매도를 각각 기록했다. 전날까지의 순매수 대금중 일부가 이날 외환시장에 공급돼 추가적인 환율상승을 막았다.
국제 환시장에서는 미국 대선 전망이 엇갈리며 달러 매수세와 매도세가 맞서는 모습이었다.고어가 승리할 것을 예상하는 이들은 고어 정부가 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달러 매도를 늘릴 것으로 보고 달러를 매도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부시의 승리를 점치는 딜러들은 부시 정권이 "강한 달러"를 고수할 것으로 보고 달러표시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달러화를 꾸준히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