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해외요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1일 해외 악재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시장에서 외국인 투기세력이 증시를 온통 뒤흔들었고, 등락하는 증시가 외환시장을 함께 움직이는 양상이 전개됐다. 또 증시와 외환시장의 동반 약세는 채권시장에도 반영돼 수익률 상승을 가져오는 간접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증시는 해외 불안요인의 영향에다 외국인의 투기적인 선물-옵션 연계매매에 시달리며 급등락을 거듭했다. 극도로 허약해진 시장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하루였다.
또 외환시장에서는 증시 등락에 연동돼 역외세력과 은행, 기업들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포지션 전환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달러/원 환율은 다시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중동의 위기감과 유가 상승, 환율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채권 수익률이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09포인트 떨어진 595.99포인트, 코스닥지수는 4.38포인트 하락한 82.85로 거래를 마쳤다. 또 3시장 수정주가평균은 전일대비 25원(-0.15%) 내린 1만6618원, 선물 최근월물인 12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1.20포인트 떨어진 73.3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3.3원 높은 1128.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또 채권시장에서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날보다 3bp 오른 8.12포인트, 3년물 회사채는 1bp 오른 9.07%, 2년물 통안채는 1bp 오른 7.91%를 기록했다. 5년물 국고채는 8.43%로 3bp 올랐다.
◇주식시장
거래소시장이 선물과 옵션시장에 의해 마구 뒤흔들리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외국인이 주도한 선물-옵션 투기에 종합주가지수가 30포인트 이상 오르내림을 거듭했다. 한때 23포인트 이상 하락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상승 반전됐다가 다시 600선 아래에서 마무리됐다. 결국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09포인트 떨어진 595.99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오전부터 풋옵션과 콜옵션, 선물을 이용한 옮겨타기로 거래소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오전에 이라크 전군 경계령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서는 매도심리가 강해졌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을 순매수하며 전체적으로 184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SK텔레콤을 6만3000주, 149억8000만원어치, 신세계를 24만4000주, 147억6000만원어치, 주택은행을 33만6000주, 76억3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개인은 307억원, 기관은 16억원(투신 136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프로그램매도는 830억원, 매수는 159억원으로 총 661억원 매도 우위였다.
지수관련 대형주 중에서는 한전, 포철, 한통 등 민영화관련 공기업이 강세를 보였다. 또 외국인이 대거 매수한 SK텔레콤도 상승했다. 반면 현대와 삼성전자는 낙폭을 만회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포철은 재경부가 기관투자가 3% 소유한도 폐지 또는 완화할 방침이라는 소식에 기관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이날도 6% 이상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외국인 지분이 34%를 넘어서는 등 외인 매수세가 강했던 신세계가 강세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 벽산과 벽산개발, 벽산건설 등 벽산 3사의 주가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인수합병(M&A)이 재료다. 벽산의 주가는 거래일 기준으로 14일부터 6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60%가 올랐다.
그밖에도 실적과 재료를 수반한 개별 중소형주의 강세도 돋보였다. 한국화장품, 새한미디어, 대영포장, 수출포장, 경남모직, 고려시멘트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이틀연속 상한가 행진을 하던 한미약품은 650원 하락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이 반등 하룻만에 다시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코스닥시장은 장중내내 거래소의 등락에 종속돼 움직였다. 더구나 거래소가 반등할 때는 소폭 오르고 하락할 때는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장중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연출했다.
오후들어 거래소가 상승으로 반전되자 코스닥지수의 낙폭이 감소하기도 했지만 장마감 무렵 선물과 거래소가 다시 밀리자 투매성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38포인트 하락한 82.8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록한 코스닥지수 종가와 장중저점(81.30)은 각각 연중최저치였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22개를 포함해 81개에 그쳤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144개 등 486개나 됐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을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했고 벤처기업 제조업체 기타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1억4307만주와 8615억원으로 전날(1억5836만주, 9132억원)보다 적었다.
투자주체별로는 국내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90억원과 98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30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별 순매수규모는 증권 73억원 투신 62억원 은행 23억원 종/신금 21억원 등이었다.
시가총액이 상위 20사중 국민카드 하나로통신 쌍용정보통신만 소폭 상승했다. 반면 새롬기술 한국정보통신 한글과컴퓨터 한통하이텔 옥션 등은 9% 이상 급락했다. 첨단주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단말기 네트워크장비 보안솔루션 소프트웨어 컴퓨터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절반 이상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다만 정보통신업체중 하나로통신과 서울이동통신, 생명공학업체중 세인전자 등만 상승세를 탔다.
이날 첫거래를 시작한 LG텔레콤은 압도적인 매수우위속에 가격제한폭(100%)까지 올랐다. 단 3주만 거래됐으나 시가총액 1조900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5위로 부상했다. 최근 등록된 종목중 서울제약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페타시스 프로소닉 타임 인피트론 등만 소폭 올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약세였다.
3시장도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3일만의 소폭 하락이다. 3시장 수정주가평균은 전일대비 25원(-0.15%) 내린 1만6618원을 기록했다. 장초반 보합세로 출발한 3시장은 줄곧 보합권내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한 끝에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선물시장은 장중 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출렁거렸다. 일주일 이상 지속된 백워데이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12월물 지수도 5일선 아래로 떨어졌다. 선물시장에서는 개인 순매도와 기관의 순매수가 맞서는 가운데 외국인이 매수와 매도를 옮겨 다니며 시장을 주도했다. 선물 최근월물인 12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1.20포인트 떨어진 73.3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베이시스는 -0.78포인트였다.
◇외환시장
달러/원 환율이 주식시장 반락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3원 이상 상승했다. 외환시장은 주가를 지켜보며 포지션 전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 초반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와 주가 폭락에 의해 급등세를 보였다. 오후장 들어 환율은 한동안 1128원대에 고정되며 지루한 관망장세를 계속했지만, 막판 증시 하락과 기업들의 결제수요, 은행들의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 커버를 위한 달러매수가 유입되면서 환율은 전일보다 3.3원 높은 1128.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주가에 연동되어 수시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날도 반복됐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출발하자 환율도 2.2원이나 갭업(gap-up)되며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환율도 따라 숨을 죽였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요즘 전일보다 크게 차이가 벌어지며 거래가 시작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달러운용을 하지 못하고 하루중에도 몇번씩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 18억19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 9억1080만달러로 총 27억306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6일 이후 8영업일만에 거래량이 30억 이하로 떨어졌다.
◇채권시장
채권시장에서는 걸프지역 긴장고조에 따른 유가상승 우려와 주가하락,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준일과 주말을 고려한 단기채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국채선물도 1만계약 이상 거래됐다.
개장초 이라크와 쿠웨이트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도 불안한 출발을 하자 채권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3년물 국고채 2000-10호는 전날 선네고 금리보다 7bp 정도 오른 8.14%로 상승했고 2000-12호도 8.15%까지 올랐다. 수익률 급등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000-10호는 8.12~8.13%선으로 내려왔고 오후에는 보합권을 유지했다. 이날 도로공사는 5년물 채권 700억원을 8.78%에 발행했는데 지난 19일 발행수익률보다 2bp가 높았다.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날보다 3bp 오른 8.12포인트, 3년물 회사채는 1bp 오른 9.07%, 2년물 통안채는 1bp 오른 7.91%를 기록했다. 5년물 국고채는 8.43%로 3bp 올랐다.
유가를 자극할 만한 조그마한 뉴스에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가와 환율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지준일 등을 감안한 만기 1년정도의 단기채는 활발히 거래됐으나 장기채 거래는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채권수익률이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3년물 국고채를 기준으로 8.15%선을 넘지는 않았다. 일부 딜러들은 8.15%에서 매수기회를 엿보기도 했다. 투신권의 한 딜러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펀더멘탈의 변화를 반영하더라도 8.1%선 이상의 금리는 다소 높다는 생각이 든다"며 "8.15%이상에는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누구도 자신있게 적절한 시장금리를 가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