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처음…미국 전역 항공편 마비 '아수라장'

미 정부, 전산망 오작동 탓 항공운항 중단 명령
FAA "파일 손상 탓…사이버 해킹 징후는 없어"
  • 등록 2023-01-12 오전 10:02:21

    수정 2023-01-12 오후 7:36:48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전역의 국내선 항공기 운항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미국 내 항공 교통이 갑자기 마비된 것은 9·11 사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됐던 사이버 해킹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라과디아 공항에서 승객들이 항공편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제공)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1일(현지시간) 오전 9시까지 전산망 오작동을 이유로 모든 국내선 항공편의 운항에 대해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항공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8000여편의 항공편이 지연됐고, 1200여편은 아예 운항이 취소됐다.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서는 비행편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FAA는 일부 전산망 복구에 진전을 보인 이후 뉴저지 뉴어크 국제공항과 애틀랜타 국제공항 등을 시작으로 일부 이륙을 허용했다.

이번 사태는 이른바 ‘노탐’(NOTAM)으로 불리는 전산 정보 체계에 오작동이 발생하며 불거졌다. 노탐은 조종사들이 이륙 전 파악해야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FAA는이날 오전 8시50분께 “항공 시스템이 점차 재개되고 있다”며 노탐 오작동을 이유로 발령한 운항 중단 명령을 해제했다. 미국 전역에서 항공 운항이 전면적으로 멈춘 것은 9·11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미국 내 주요 공항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당시 눈폭풍 탓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대규모 결항 사태 직후 또 항공편 마비가 현실화하면서, 공항마다 몇 시간째 비행 재개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행 취소로 망연자실하게 공항을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승객들의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교통 마비의 원인은 일단 파일 손상으로 밝혀졌다. FAA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노탐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초기 작업을 통해 이번 중단을 추적하니 손상된 데이터베이스 파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사태 초기 일각에서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AA는

지금으로서는 사이버 공격의 증거는 없다”며 “이 문제의 원인을 더 정확하게 짚어내고 이런 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분석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입장 역시 갖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 징후는 없다”면서도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가능성을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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