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시험문제 유출한 교수…‘대학판 숙명여고’ 사건 항소 기각

서울북부지법, 징역 4월·집행유예 1년 판결 유지
공무상 비밀누설 '유죄'…위계공무집행방해 '무죄'
대학서는 해임…판결 직후 상고 계획 등 '묵묵부답'
  • 등록 2021-11-12 오전 11:49:20

    수정 2021-11-12 오전 11:49:2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자신이 교수로 근무하는 국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에게 시험 기출문제를 유출해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이모(63)씨에 대해 2심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신헌석)는 12일 공무상 비밀 누설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14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유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이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피고인 측은 1심 선고 다음날에 사실오인과 법리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 측도 지난 1월 20일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 사건은 고교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알려준 ‘숙명여고 사건’과 유사해 이른바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양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 결론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 “혐의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시험문제 유출과 청탁뿐 아니라 반복적, 계속적으로 이뤄진 시험문제 유출이 증명될 경우 혐의사실 증명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라며 “압수수색된 이메일 등의 전자정보는 혐의사실을 증명하는 중요한 간접 및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달한 강의포트폴리오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실오인을 주장하고 있으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일반 학생에게 공개되지 않은 강의자료를 유출하는 것은 공정성은 물론 공교육의 신뢰 훼손이 우려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본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결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 “구체적으로 어떤 집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정확하지 않고, 피고인이 강의자료를 요청해 받았다는 것만으로 위계적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되지 않아 검찰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2014년 6월 아들이 수강할 과목의 동료 교수에게 “외부 강의에 필요하다”면서 2년치 강의 포트폴리오를 미리 받아 아들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자료에는 샘플 답안지를 비롯해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수강생 실명이 담긴 채점표 등이 담겨 있어 이를 건네준 동료 교수가 “보안을 유지하라”는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현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의혹 제기로 처음 알려졌다. 이씨가 아들을 같은 학교에 편입학시키고 자신이 개설한 8개 강의에서 아들에게 모두 A+ 학점을 준 사실이 드러나 교육부 의뢰로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검찰은 아들의 편입학 답안지와 강의 시험지를 검토했지만, 부정행위나 잘못된 채점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대신 이씨가 동료 교수의 강의록과 시험문제를 아들에게 유출한 정황을 포착해 2019년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형사재판에 넘겨지면서 대학 측으로부터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으며, 1심 판결 후 지난 3월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직후 굳은 표정의 이씨는 판결에 대한 소감과 상고 계획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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