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기존대책 '재탕'…불법코인·거래소 사고 우려 여전

금융위 암호화폐 관리감독-과기부 블록체인 산업육성
2017년 이후 4년만…587만 코인족에 '더 방치 어려워'
내부자 거래 방지·거래소 자체코인 상장 방지 등 제시
자금세탁방지 '특금법'에 머물러…국회 추가 논의 불가피
  • 등록 2021-05-30 오후 7:00:01

    수정 2021-05-30 오후 9:39:09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가 급증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원회를 관리·감독 주무부처로 정했다. 그동안 방관자세를 취했던 금융위는 개정된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통해 우후죽순 난립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주무부처만 정했을 뿐 기존의 대책만 재탕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불법 코인이나 거래소 사고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대책은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암호화폐 관리·감독 주무부처 맡아

정부가 지난 28일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의 핵심은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암호화폐 관리 감독 및 제도개선은 금융위, 블록체인 기술 발전·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맡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코인 광풍에서 첫 대책을 내놓은 후 4년만에 주무부처를 정했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급증한 만큼, 더는 시장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대 주요 거래소의 투자자는 587만 3000명(지난 3일 기준)에 달한다.

암호화폐 관리감독 주포를 맡게 된 금융위는 관련 기구를 설치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불공정 행위가 다양한 점을 고려해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에 국세청과 관세청도 추가했다.

금융위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사업자가 자체 발행한 코인에 대해 직접 매매, 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방안을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 자체 암호화폐 바이낸스코인(BNB)를 발행해 바이낸스 내에서 유통하고 있다. 업비트나 빗썸 등은 자체 코인을 발행할 수 없단 얘기다.

내부 정보 이용을 막기 위해 거래소 임직원이나 코인 관계자들이 직접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신고가 완료되는 9월 24일 이전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발효하겠다는 계획이다.

암호화폐 사업자는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내야 한다. 금융위는 현재 약 60여 곳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중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곳은 3분의 1수준인 20곳이다. ISMS 인증은 해킹 방지 등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FIU에 신고서를 낸 거래소는 아직 없다. ISMS 인증과 함께 주요 신고 요건인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받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20곳 가운데 4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만 현재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도 아직 ‘실명 확인 계정 확인서’는 발급받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는 “거래소에 신고 일정 등을 꾸준히 주지시키고 투자자들에게도 유의를 당부할 것”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검토해 불확실성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세탁방지’ 방안으로 코인 관리 한계…‘재탕’ 대책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제도 보완책은 시세조정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 임직원 등이 코인 거래를 하지 못하는 방안은 넣었지만, 소위 ‘세력’이나 ‘작전’ 등을 막을 대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실 코인 상장 방지책이나 거래소 폐업에 따른 피해 예방 등은 여전히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FIU의 검사나 감독은 받지만, 특금법이 규율하는 자금세탁 방지 분야 등으로 자료 제출 요구 권한 및 감독·검사 범위는 제한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한 법안인 특금법으로 투자자 보호를 하겠다는 건 애초에 무리”라고 말했다.

결국 암호화폐에 대한 본격적인 대책은 업권을 제도화하고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법안은 현재 5건 제출돼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입법이 추진되는 법안에는 거래소가 금융위 등록이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사업자의 업무 및 재산 상황 전반에 대해선 금융위·금융감독원이 검사·감독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우·김병욱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의 지연이나 정지 등 전산문제로 발생하는 사고나 해킹 등에 따른 손실은 거래소 책임을 분명히 하도록 했다. 실제 2017년 초부터 2019년 3월 사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은 9건으로 피해 규모는 약 1266억원에 달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당국 승인을 받은 코인만 상장이 가능토록 해 코인 난립을 막자는 제안을 법안에 넣었다.

다양한 법안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병합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이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어느 정도 제도화될 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상품이냐 아니냐 라는 담론에 빠져 있기 보단 국민 8명 중 1명이 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회색지대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금융위에도 최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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