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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혁신은 사전적 의미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간 대기업 주도 성장으로 기울어진 경제 구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국내외 만연한 정치적 불안과 장기화된 경제 저성장에도 무력하게 지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를 여러 해, 정부는 드디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을 경제 성장과 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그리고 조직이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가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 공정경제의 핵심 부처로서 본격 출범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이 2018년에는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가 지난해 발표한 여러 대책방안과 연말의 간담회 자리에서 언급한 내용들의 핵심은 혁신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데, 먼저 벤처캐피탈이 창업과 중소벤처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플레이어라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고, 둘째로 정부 주도 정책의 역기능을 인지하고 민간에 주도권을 넘기겠다는 의지가 보였다는 점이다.
이에 벤처캐피탈협회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현장에서 펼치고 있다. 지난 한 해 약 1000개가 넘는 전국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벤처캐피탈을 알리고, 현직 벤처캐피탈 심사역과 매칭해서 상담과 IR을 진행하도록 지원해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정부 R&D 사업을 운영하며 우수 과제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고, 덕분에 지난해 과제 수행기업에서 총 약 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실적도 달성했다. 또한, 협회는 벤처기업확인기관으로서 벤처캐피탈, 은행, 전문엔젤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인증하고 조세감면, 자금조달, 기술인력지원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정부가 바텀업(bottom-up)으로 시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고 벤처 자금의 선순환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계속해 완화해 나간다면, 시장 전문가인 벤처캐피탈이 최전방에서 국가 경제의 기틀이 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올해 무술년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 중심의 선순환 창업 생태계가 비로소 구축되고, 일자리 창출과 매출 증대, 나아가 글로벌 진출까지 달성하며 중소벤처업계가 무리없이 술술 잘 풀리는 황금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