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투자자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벌’로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만 명의 투자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버크셔를 이끄는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은 올해 각각 85세, 9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미국 대선 후보부터 미국 경제, 투자원칙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때로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투자원칙을 강조하면서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주총에서 버핏 회장은 대선에 대해 크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주주가 공화당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버크셔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묻자 버핏 회장은 “버크셔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에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중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무역전쟁을 가져올 것이며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힐러리가 되건 트럼프가 되건 정치적인 변화가 미국의 장기 경제전망을 바꿀 수는 없다”며 “올해 대선 결과 때문에 버크셔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크셔가 이미 상당한 규제 하에서 사업을 해왔고 고율의 법인세에도 적응했다고 강조하면서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버핏 회장은 투자한 기업에 대해 여전한 믿음을 드러냈다. 주주들이 설탕음료에 대한 경계 때문에 코카콜라 투자에 우려를 드러내자 버핏 회장은 “만일 내가 쌍둥이로 태어나 다른 한 명이 브로콜리를 더 먹고 콜라를 마시지 않았다고 해도 아마 나보다 더 오래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이 얼마나 코카콜라 제품을 좋아하는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설명을 갈음했다. 버크셔는 코카콜라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걱정하면서도 버크셔가 투자한 은행은 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버핏 회장은 “금융시장이 붕괴될 경우 전 세계 대형 은행 상당수가 파생상품 때문에 리스크를 겪게 될 것”이라며 “여전히 잠재적인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버크셔가 상당한 지분을 들고 있는 웰스파고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문제소지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주총도 예년처럼 버크셔가 투자한 업체들이 제품 홍보와 기업 알리기에 나서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버크셔가 올해 초 320억달러 가량을 투자한 프리시전 캐스트파트는 항공기 부품을 전시했고 코카콜라는 지난해보다 더 넓은 공간에 재활용 코카콜라 캔으로 만든 공룡과 동물을 전시했다. 시즈 캔디스는 3878개의 제품 박스로 스페셜 하우스를 만들었다. 이 숫자는 버핏이 지금까지 살면서 하루에 2온스의 캔디를 먹었을 경우 소비한 박스 개수다. BNSF 레일웨이는 철로 모형을 전시해 부모와 함께 방문한 어린이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한편 버크셔가 발표한 1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순이익은 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2% 줄었다. BNSF레일로드가 유가 하락과 석탄 운송 수요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냈고 폭풍 피해 보상으로 보험사들이 타격을 입은 것이 영업이익 감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버크셔는 에너지, 보험, 제조, 철도, 유통 등의 업종에서 90개에 가까운 기업에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