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車 빅3 투자로 거액 날린 커코리안

한 때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대주주
자동차주 투자 실패로 갑부순위 추락...7위에서 41위로
  • 등록 2008-12-30 오후 3:01:06

    수정 2008-12-30 오후 3:01:06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가난한 아르메니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한 소년이 있었다. 아마추어 복서와 막노동자 등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다 전쟁에 보병으로 끌려가기 싫어 배운 비행기술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전세기로 도박을 좋아하는 갑부들을 라스베이거스로 실어나르던 그는 세계 50대 부자 반열에 오르는 라스베이거스 대표 갑부가 됐다. 그는 세 번의 결혼으로 얻은 두 딸 트레이시와 린다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 트라신다를 이끄는 커크 커코리안이다.


자수성가형 부자치고 소설같은 성공스토리 하나 없는 인물도 없다. 그러나 커코리안처럼 90세가 넘는 노령까지 공격적인 투자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 또한 흔치는 않다.

2008년 연말 자동차 빅3가 전 세계 증시를 들었다놨다 하면서 `욕심많은 노인네` 커코리안이 다시 한 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29일(현지시각) 포드의 잔여지분을 매각하면서 질긴 빅3와의 악연을 깨끗하게 잘라 버렸다.

◇ `아메리칸 드림`의 산증인

1917년 아르메니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커코리안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8학년(중3)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공사판 등을 전전하다 큰 형의 영향으로 복싱을 시작, 한 때 태평양 웰터급 아마추어 복싱 챔피언을 차지하기도 했다.

▲ 트라신다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커크 커코리안(91)
1939년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커코리안은 보병으로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술을 배워 캐나다 공군 비행사로 들어갔다. 캐나다산 폭탄을 스코틀랜드로 운반하는 위험한 임무를 맡아 꽤 짭짤한 `시드머니`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후 LA와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는 셔틀비행기 운항사업을 하게 된다. 도박을 통해 상당한 돈을 날리기도 했지만, 태동하던 라스베이거스에서 기회를 포착, 당대 최대 호텔인 MGM그랜드호텔앤카지노를 오픈하는 등 현재의 라스베이거스를 만든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히며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유명인사로서 그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극도로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그의 사생활은 라스베이거스 쇼걸, 프로 테니스 선수 등과의 결혼에 세 번 실패했고 두 딸이 있다는 정도 만이 알려진 상황.

9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치며 내로라할 대기업들을 간간히 긴장하게 만들고 있고, 호텔과 카지노 등에 16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2008년 세계 41대 부자(포천紙 선정)로 선정되기도 했다.

◇ 1995년, 운명의 그 날

그러나 문외한인 자동차산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의 투자 인생도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 몰락하는 자동차 빅3 산업과 함께 커코리안도 큰 손해를 입었다.
1990년대부터 크라이슬러 지분을 매입한 커코리안은 1995년 크라이슬러 인수 의사가 있음을 공식화하고 크라이슬러와 IBM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제롬 요크를 통해 크라이슬러 측에 일종의 `위시리스트`를 보냈다.

요크를 크라이슬러 이사로 임명하고, 커코리안에게 2명 이상의 이사직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하며, 추가 지분 매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기업인수규제조항을 완화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커코리안의 인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양 측의 오랜 싸움은 1996년 커코리안이 크라이슬러의 보유 지문을 매각하면서 끝났고, 크라이슬러는 1998년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합작했다.

이로써 끝난 듯 보였던 크라이슬러와 커코리안의 악연은 2007년 4월에 다시 되살아난다. 다임러가 크라이슬러 지분 매각에 나서자 커코리안은 45억8000만 달러를 쓰고 입찰에 참여했다.

블랙스톤을 비롯한 사모펀드와 다양한 원매자들이 몰렸고, 커코리안은 요크를 통해 크라이슬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크라이슬러는 결국 서버러스캐피탈운용에 넘어갔다.

◇ 커코리안, 위기의 빅3에 `아듀`

커코리안과 자동차산업의 인연은 비단 크라이슬러에 국한되지 않는다. 커코리안은 한 때 제너럴모터스(GM) 지분 9.9%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2005년 GM 인수를 추진했다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GM이 르노-닛산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 제휴를 강화하라는 커코리안의 권고를 거부하자, 2006년 11월 1400만주를 시작으로 한 달 새 GM 보유주식을 모두 털어냈다.

다음 타자는 자동차 빅3 중 하나 남은 포드. 미국 자동차업계가 이미 늪에 빠져들던 2008년 4월 `포드의 턴어라운드 계획`에 신뢰를 표명하며 10억달러를 투자해 포드 지분 6.5%를 사들였다.

불행히도 이후 자동차 빅3의 운명은 풍전등화로 전락했고, 그나마 유동성 상황이 좋은 포드의 주가 역시 급락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커코리안의 포드 주식 평가액은 4월부터 10월까지 3분의 2 가량이 사라졌다.

이에 커코리안이 이끄는 트라신다는 10월21일 포드 주식 730만주를 평균 2.43달러에 매각해 추가로 4400만달러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이날 잔여분을 모두 매각하고 포드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보도됐다.

결국 기업 사냥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올렸던 커코리안의 자동차산업 투자는 실패로 일단락됐다. 포드 지분 구입 당시 6억달러를 차압했고, 최근 빚청산을 위해 카지노 회사를 써먹어야 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썩 좋지 않은 상황에 있음은 분명하다.
 
자동차 빅3의 위기와 함께 큰 타격을 입었을 커코리안은 포드 지분을 매각하면서 "향후 수익성 높은 호텔과 카지노, 에너지 부문 투자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천 선정 2007년 7위에서 올해 3월 41위까지 크게 물러난 커코리안이 `귀향`을 통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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