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업 위기, 걸프전 때보다 "심각"

여객수 급감+비용상승+재무구조 악화..정부 재정지원도 "의문"
  • 등록 2003-03-26 오전 11:44:08

    수정 2003-03-26 오전 11:44:08

[edaily 전설리기자]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항공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3개의 항공사가 파산했다. 팬아메리카와 이스턴, 미드웨이가 그 주인공. 지난 주 발발한 이라크전으로 미국 항공산업이 또 한 차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번에는 불황의 깊이가 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25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보도했다. 이라크전이 발발하기 전부터 이미 항공 산업이 심각한 위기 요인을 안고 있었기 때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오반니 비사이나니 이사는 올해 전쟁으로 항공 여행객의 수가 15~20% 감소하고 국제 항공사들의 손실이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항공운송협회(ATA)도 미국 11대 항공사들의 손실이 2001년 77억달러, 지난해 100억달러에서 올해 107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 1주일이 지난 현재 미국 항공사들은 속속 여행객 감소에 따른 운항 감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4일 델타항공은 여행객이 감소해 항공기 운항 편수를 12% 줄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주 노스웨스트에어라인즈도 항공기 운항편수를 12% 줄이고 직원 50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즈(UAL)와 아메리카에어라인즈(AMR)도 수요 감소에 따라 항공 스케줄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항공산업의 불황은 전쟁 때문만은 아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이미 항공산업은 경제 침체와 9·11테러로 2년간 심각한 불황을 겪어왔다. 이기간 동안 항공업체들은 7만명을 감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흑자전환을 하기는 커녕 손실폭을 늘려왔다. 미국 항공산업이 이처럼 고전하고 있는 주된 이유로는 매출 감소와 불건전한 재무구조, 인건비를 포함한 고비용, 저가 항공업체들의 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UAL은 재무구조 악화와 불황으로 매일 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파산했으며 AMR은 현재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AMR도 현재 매일 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200억달러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오는 6월 만기도래하는 8억3400만달러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다. 25일 AMR과 UAL은 1분기 손실이 전년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으며 9·11 이후 흑자전환을 위해 주력했던 델타항공도 올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항공사들은 노동조합의 입김이 강해 높은 인건비를 부담해 온데다 최근 전쟁 발발 가능성으로 인해 유가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으면서 비용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유가가 1센트 오를 때마다 미국 항공사들은 1억8000만달러의 연료비를 더 부담해야만 한다. 게다가 저가 항공업체들의 등장은 이미 과포화된 항공 산업의 경쟁을 심화시켰다. UBS워버그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 2001년과 2002년 승객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에서 운행되는 여객기 수가 1536대 늘어났다. FT는 미국 항공업체들이 불황을 타개하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파격적인 구조조정과 워싱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항공산업의 위기는 공감하고 있으나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다. 현재 항공업체들은 정부에 90억달러의 재정적 지원과 테러 위기 고조에 따른 보안 비용, 전략적 비축유 방출을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이같은 지원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을 막아 결과적으로 항공 산업 전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을 염려하고 있다. 또한 24일 750억달러에 이르는 전쟁비용을 의회에 요청한 백악관으로서는 항공 산업에 대한 지원 여력을 그만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수잔 도노프리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부시 행정부와 의회는 현재 너무 성급하고 지나친 규모의 항공 산업에 대한 지원이 항공업체들의 자구 능력을 잃게 만들어 결국 더 많은 파산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현 항공산업의 위기가 여전히 1940년대의 산업 구조안에서 안주하고 있는 항공산업의 구조조정과 재편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브리티쉬에어웨이즈의 로드 마샬 회장은 "현 항공산업의 위기가 항공산업의 세계화(globalization)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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