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화물 수령안해 생긴 비용, 운송인 아닌 운송주선인 부담"

해상운송사, 의뢰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제기
"화물수령 하지않아 추가비용 발생…배상해달라"
엇갈린 1·2심 판단…대법, 원고 패소부분 파기환송
  • 등록 2022-12-27 오후 12:00:00

    수정 2022-12-27 오후 12:00:00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주선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해상운송사 A사가 의뢰사 B사를 상대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상고심에서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2017년 1월 11일 B사는 A사에 광케이블 등이 담긴 40피트 6대 분량의 화물을 광양항에서 베트남 호치민항까지 운송해달라고 의뢰했다. 그해 2월 19일 A사는 화물이 호치민항에 도착했다는 통지서를 발송했지만 B사가 수령하지 않아 화물은 터미널에 방치됐다.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터미널 보관료 등이 부과되자 A사는 B사를 상대로 추가 비용 발생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는 화물이 호치민항에 도착한 지 2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해상운송사 A사 손을 들어줬다. B사가 A사에게 4억19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2억800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이 각하됐다. 제척기간을 넘겼다는 B사 주장을 재판부가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상법 814조(운송인의 채권·채무 소멸) 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원심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일부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까지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권리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호치민항에 도착한 화물을 수하인이 수령하지 않아 화물이 원고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상태로 호치민항 터미널에 보관됐기 때문에 컨테이너 초과사용료·터미널 보관료 상당 손해는 날마다 발생해 새로운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히 상법 814조 1항의 취지를 고려해도 기산일로부터 1년 넘어 발생하는 채권이 발생하기도 전에 그 행사기간이 지나 소멸한 것이 돼 권리자가 권리를 잃게 되는 결과는 불합리하고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물의 내용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운송계약 상대방(화주 또는 운송주선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음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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