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매출은 2001년 1985억원에서 지난해 5조8339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2268억원에 달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물량이다.
내년에도 현대글로비스가 현재와 같이 매출의 30%가 넘는 부분을 현대차그룹 계열사 거래에서 충당할 경우 최대주주인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글로비스 영업이익에 따라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대주주가 참여하는 특수 관계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라고 보고,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 일감몰아주기 과세..`30%-3%룰`영업이익에 증여세 부과 방식 결정
과세 방식을 놓고 논란을 빚어왔던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소득세나 법인세가 아닌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를 제외한 부분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기획재정부는 7일 2011년 공생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세법 개정안을 통해 영업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을 내놨다.
우선 일감을 받은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자가 30% 이상 출자해 지배하고 있는 법인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기업 오너 가족(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척) 지분이 3% 이상인 회사와 그룹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30%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 행위로 보고 과세 대상으로 규정했다.
현대글로비스 사례를 적용하면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글로비스 지분이 3%가 넘어서고 있어 과세 대상이 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 3명이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한 한화 S&C, 이호진 회장 아들이 49.98%를 소유한 태광그룹 IT 서비스 전문업체인 티시스 등 오너 가족이 대주주인 시스템 통합회사(SI)를 포함한 상당수 기업과 대주주가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 오너일가 3% 이상, 거래비중 30% 이상이면 과세 한 회사가 자녀회사에 직접 출자할 뿐 아니라 다른 회사를 거쳐 간접 출자를 한 경우 과세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갑`이 자녀회사에 2%를 직접 출자하고 `을’회사를 거쳐 15%를 간접 출자할 경우 이 둘을 합친 17%를 출자비율로 본다는 얘기다. 과세 시기는 막판 조율 끝에 내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이익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선 소급 적용을 피했다는 점에서 위안이지만, 과세를 피하기 위해선 내년까지 오너 지분을 3% 이하 또는 거래 물량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실례로 오너 일가(50%)가 소유한 A기업의 매출액 중 80%가 모 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해당연도 세후영업이익이 100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과세 표준금액은 235억원[1000억원×(80%-30%)×(오너지분 50%-3%)]이 된다.
과세 표준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증여세율은 50%가 적용되고 누진공제 4억6000만원을 빼면, 결국 A기업의 증여세는 대략 112억9000만원 가량이 되는 셈이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내년 이후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증여세를 낸 후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 등이 해당 주식을 매각할 경우엔 주식양도차익에서 증여이익을 뺀 나머지만 양도소득세로 내도록 했다.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낸 부분이 이중적으로 과세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 일감몰아주기 과세 여전히 논란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과세 방안을 내놨지만 논란거리는 남아 있다. 우선 기업 영업이익과 대주주 개인 이익을 구분할 수 있느냐다.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는 “영업이익에 대주주 주식보유분만큼을 계산해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회사의 영업이익을 곧 주주의 이익으로 본 것”이라며 “기업과 주주는 별개의 실체인데, 이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량 몰아주기와 영업이익 사이에 상관관계를 따지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즉 특수 관계 기업과의 거래비율이 30%를 넘어섰지만, 타 기업과의 정상거래를 통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가정할 때 영업이익 역시 물량 몰아주기와 상관관계를 따지기 쉽지 않다. 정부 방안은 특수 관계 기업과의 거래 비율이 30%를 넘어서면 예외 없이 일감몰아주기로 판단해 과세하는데, 타 기업과 정상거래를 통해 발생한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