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ECB 내부는 물론 유로존을 구성하는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통화정책 상의 관점에서 볼 때 ECB가 오는 3일 금리결정회의를 통해 현재 4.0%인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직전..`금리인상? 두말하면 잔소리`
|
국제 신용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 전세계 상당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던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금리 동결을 고수한 결과가 이 정도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주 3만170명의 시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물가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실업을 문제로 삼은 비율을 앞질렀다.
이같은 상황에 입각해 지난달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며 통화긴축 정책이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이번주 58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단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ECB가 3일 회의에서 금리를 4.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해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유럽 각국의 경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경제 정도가 양호한 편에 속할 뿐 나머지 유로존 국가들의 상황은 금리 인상을 환영할 입장이 못된다.
포르투갈은 이미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아일랜드는 올해 경기후퇴(recession)에 접어들 것이란 판정을 받았다. 스페인이 내년까지 경기후퇴의 늪에 빠질 것으로 보는 이코노미스트들도 45%에 달한다.
당장 `경기후퇴 후보국`으로 지목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ECB는 물가 압력에 대한 견해를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에 강경한 정책을 취하는 독일조차도 피터 스타인 브뤼엑 재무장관이 "금리인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프랑스의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멈춰! 트리셰` 反금리인상 여론 조성도
산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칠다. 유럽 36개국 82개 노조를 대표하는 유럽노동조합총연맹
|
이탈리아의 전경련 격인 콘핀두스트리아도 "금리 인상이 이미 침체 양상을 겪고 있는 경제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 파리 소재 글로벌 에쿼티의 마크 투아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www.stoptrichet.com(멈춰, 트리셰)`란 웹사이트를 개설해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고유가에 시달리는 해외 투자자들의 입장이야 말할 것도 없다. ECB의 금리 인상은 곧바로 `유로 강세-달러 약세`로 이어져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ECB의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이처럼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물론 EU가 다양한 국가들의 연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다른 경제 상황을 ECB라는 단일 조직이 통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주장도 나온다.
암스테르담 소재 포티스 뱅크의 닉 쿠니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가리켜 "`프리사이즈(사이즈 구별 없이 모두가 입을 수 있도록 만든 옷) 식의 통화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