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지난 1999년 온스당 250달러로 저점을 찍은 이후 7년간 랠리를 펼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금값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금값은 지난 3일 온스당 869달러5센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980년대 금값 급락을 기억하는 투자자라면 전일 최고치 경신을 더 경계한다. 당시 400달러 하던 금은 5주 만에 850달러로 치솟았지만, 1년 뒤에 300달러로 고꾸라진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금값 조정론을 전하면서, 1980년대와 지금은 금 시장의 기초여건이 달라져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값, 더 금값 된다..`올해 900弗 전망도`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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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은 7년 랠리를 펼친 금이 올해 8년째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값이 지난해 30% 뛰었지만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것.
현재 금값은 사상 최고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고 보면 1980년대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JP모간은 금을 올해 상품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꼽으면서, 올해 금값이 온스당 750~80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상품 전문가들의 전망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1000달러를 시험할 것이란 강한 낙관론부터 상당 기간 사상 최고 수준에서 맴돌 것이란 전망까지 다양하다.
◇1980년대 조정과 다르다..`신흥국 수요` 탄탄
세계 경제가 1980년대 고유가 파동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이후 금 가격은 폭등했다가 조정받았고, 현재까지 실질 가격 기준으로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영국 재무부가 지난 1999년 영란은행(BOE)의 금 보유고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온스당 250달러까지 떨어진 전력도 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금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유고에서 금을 매각할 수 있는 규모를 제한하고, 금값의 하한선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7년이나 이어진 랠리에도 회의론이 제기된 배경은 이처럼 금값의 역사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와 지금은 기초여건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우선 인도 같은 신흥 경제국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장신구용 금 소비가 늘었다. 세계 금 수요의 20%가 인도에서 나온다.
◇인플레 방어 투자수단으로 수요 급증
또 달러 하락세를 헤지하기 위해 투자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트리트트랙스 골드 쉐어스가 투자한 막대기형 금괴는 627톤으로, 영란은행(BOE)이 보유한 금괴의 2배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가지고 있는 금괴보다 많다.
현재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의 양(865톤)은 미국, 독일, 국제통화기금(IMF),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다음으로 7번째다. 지난 2004년에는 50톤으로 31위에 불과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스탠다드 증권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금 ETF들이 개인의 중앙은행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세계 금 생산량 감소 일로..지난해 채산비용 371弗
반면 세계 최대 금 생산지인 남아프리카 금 생산량은 지난 1931년 이후 77년 만에 최소치로, 감소세에 있다. 광부들이 적극적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을 요구하면서, 금 광산들이 돌아가면서 파업을 한 탓이다.
제임스 스틸 HSBC 애널리스트는 "금 광산 생산량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7% 감소했다"며 "지난 2006년 생산량은 2473톤으로 10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채산비용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온스당 371달러를 기록, 채산성도 나빠지고 있다.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채산비용이 매년 10%씩 증가하면 오는 2015년에는 금값이 온스당 1420달러는 돼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