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설 PF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자료들이 나오면서 시장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발표된 한국신용평가(KIS)의 스페셜 리포트 `건설사 PF 우발채무의 신용위험분석(06.07.24, 강신영)`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 PF의 급증과 이에 따른 우발채무의 확대가 시공사의 신용위험을 높인다는 시각은 동일하다. 하지만 신용위험 판단의 논리구조는 사뭇 다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다. 우발채무에 담겨있는 기회요인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그래서인지 KIS에서는 다른 신용평가사와는 달리 시장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등급 또는 전망(Outlook)의 하락조정도 없었다.
물론 신용등급 결정은 신용평가의 고유영역이다. 신용평가방법론의 논리구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단 발표된 신용등급과 평가방법론에 대한 설왕설래만큼은 우리 시장 고유의 몫이다. 이런 취지에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앞서 한국기업평가(KR)는 스페셜 코멘트 `건설사 신용평가시 PF ABS 우발채무 분석 기준(06.05.19, 김경무 & 정원현)`를 통해 우발채무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하여 장부상 차입금에 가산하는 위험조정부채비율 도입을 발표했다. 한신평의 방법론도 기본적으로 같은 논리적 틀을 사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용어적 표현이나 기술적인 측면의 소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신규사업(분양전 개발단계)에 대해 30%의 추가 위험가중치(stress)를 부여하는 논리(KIS)와 사업인허가위험반영(KR)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한신평의 방법론이 담고 있는 두 가지의 새로운 개념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실 이것이 아니었다면 이 칼럼은 쓰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우발채무는 시행사의 자금조달과, 공사미수금은 시행사의 자금부족과 관련이 있다. 이중계산보다는 대체관계의 성격이 더 강하다. 물론 우발채무가 현실화(채무인수)되면 공사미수금은 해소된다. 그러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양미수금 등으로 외양만 바꾸는 것이 아니던가?
사실 우발채무에 대한 평가는 사업성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다. 사업성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면 설령 기투입자금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결론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논리구조의 정합성은 별개의 이슈다. 그리고 상당히 개연성이 커 보이는 미입주 사태와 이에 따른 공사미수금 폭증가능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른 하나는 우발채무에 따른 자본조정이다. 시공사의 자기자본에는 우발채무를 제공한 프로젝트로부터의 손익도 반영되어 있다. 물론 기성률에 따라 인식한 것이지만 우발채무를 인수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조금 복잡해진다. 사업성이 취약한 사업장의 경우 통상 이익은 조기에 시현하고 손실은 마지막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자기자본이 과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용분석에서 자기자본까지 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술적으로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다른 분석분야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 방법론의 논리는 색다르다. 시공사가 우발채무를 제공한 프로젝트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시공이윤을 추정하여 자본에 반영한다. 신규사업의 경우 우발채무의 10%를 시공 추정이윤으로 반영하고, 진행사업의 경우에는 기인식마진을 감안하여 5%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보수적 기준에 치중하는 통상적인 신용평가의 접근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발채무를 이윤창출의 기회로도 평가해야 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지만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개념이다.
부채비율을 포함한 안정성지표는 통상 정태적 개념으로 쓰인다. 현재상태의 재무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대이윤을 반영하는 방식은 안정성지표를 보다 동태적으로 해석하는 개념이다. 한신평이 굳이 기대이윤을 자본에 반영하는 번거로운 방법을 택한 이유는 아마도 ‘전체산업 중위수 비율’과의 균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다소의 버거움을 느낀다.
사실 복잡한 현실을 몇 가지 논리와 가이드라인으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다양하기 그지없는 현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면 훨씬 많은 논리와 더욱 정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가이드라인이 많아지면 그 사이에서 의외의 교란이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은 단순 명쾌하고 해석은 융통성을 갖는 것이 좋다. 특히 부채비율처럼 보편화된 개념의 경우 산식 조정보다는 적용기준치 조정을 투자자는 보다 편안하게 느낀다. 어차피 건설업이 제조업보다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 정도는 일반의 상식이다.
어쨌든 이번 한신평의 방법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일부 논리의 전개과정이 다소 튀는 감이 있지만 우발채무를 기회의 관점에서도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자칫 부정적인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도 엿보이는 요즘의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러한 균형감각은 더욱 소중해 보인다.
윤영환/굿모닝신한증권/Credit analy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