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호준기자]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낮추기`는 원화강세와 함께 IT부품업체 올해 실적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IT부품업체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SDI 등 대형 IT기업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코스닥시장 상승 랠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IT부품업체는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납품단가를 낮추면 코스닥 우량 기업의 성장성도 의심 받게 된다.
◇핸드폰·디스플레이 부품업체..실적 전망치 하향
올 들어 더욱 강화된 대기업의 납품 단가인하 압력은 주로 핸드폰과 디스플레이 부품 쪽에 집중되고 있다. 두 사업부문의 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 이후 꾸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김운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핸드폰부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27%에서 2분기 17%로 낮아졌다가 4분기에는 3%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증권사 강윤흠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LCD 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30%에서 3분기 11%, 4분기 0%로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대우증권이 추정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LCD부문 영업이익률 역시 0~2%로 낮은 수준이다.
◇"납품단가 인하압력 지난해 두배"
삼성전자에 TFT-LCD 부품 공급하는 업체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태산LCD와 한솔LCD, DS-LCD 등 TFT-LCD 부품업체는 매출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강윤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의 납품단가는 올해 20~25%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10%에 비해 두 배 이상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핸드폰 부품업체도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휴대폰 케이스와 안테나를 생산하는 인탑스는 매출액의 거의 100%를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핸드폰 케이스를 생산하는 피앤텔 역시 자사 제품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KH바텍과 엠텍비젼도 매출의 70~80%를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키패드를 생산하는 유일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출 의존도가 50%이며 나머지는 모토롤라와 파나소틱, 지멘스 등에 납품한다. 발광다이오드(LED)를 생산하는 서울반도체는 매출액의 삼성SDI(50%)와 LG전자(25%)에 주로 납품한다.
김운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엠텍비젼이 올 상반기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CCP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3% 낮아졌다"며 "지난해 상반기 17%, 하반기 7~8%보다 훨씬 가격 인하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등 의존도 높은 업체 실적악화 불가피
납품단가 인하는 원화강세와 함께 IT부품업체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엠텍비젼이나 코아로직 등 일부 업체들은 납품단가 하향 조정을 반영해 실적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또 대우증권은 최근 유일전자의 매출액 전망치를 회사측에서 제시한 전망에 맞춰 2600억원으로 200억원 낮췄다.
달러약세 역시 IT부품업체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흠 애널리스트는 "부품업체의 납품단가는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책정된다"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실적모멘텀 역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라는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의 상승 분위기는 우량 종목의 실적모멘텀과 겹합돼야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IT부품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희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IT경기가 회복된다는 기대감으로 IT부품업체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정작 발표되는 실적을 보고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체별 대응력에 따라 주가 차별화 전망
다만 납품업체의 대응력에 따라 단가 인하 영향이 차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운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납품업체들도 2차 납품업체의 단가를 낮추거나 설계변경이나 공정개선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휴대폰 부품업체 가운데 대기업 단기인하에 대응력은 엠텍비젼, 서울반도체, 인터플렉스, 인탑스, 유일전자, KT바텍, 한성엘컴텍 순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창하 유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단가인하 압력이 납품업체 실적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나 주가 측면에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한차례 조정을 받아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LCD 부문의 경우 대기업에서 7조원 정도의 투자계획을 잡아 놓고 있어 이익률은 감소하더라도 매출액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는 "IT부품업체들의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렵지만 코스닥시장 전체 펀더멘탈을 훼손하는 수준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주요 IT기업의 실적바닥이 1분기냐 2분기냐에 따라 주가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