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신속 가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절차적 장애물이 제거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기간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키이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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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 나토 동맹들이 회담 끝에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 가운데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Membership Action Plan)을 제거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로 향하는 길을 단축하는, 오랜 기간 기다려온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지금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가입 초청과 관련해 명료성을 제공할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MAP은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정치·국방·경제 수준을 나토 회원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구 사항으로, 나토 가입을 위한 핵심 절차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이 절차를 면제해주기로 기존 회원국들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 쿨레바 장관의 설명이다. 나토는 지난 4월 회원국으로 합류한 핀란드에도 이 절차를 면제해줬다. 이번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2020년 나토에 가입한 북마케도니아가 MAP 통과에만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MAP이 면제됐다고 무조건 나토 가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국가 관계자는 AFP 통신에 “MAP는 나토 가입을 위한 여러 절차 중 하나”라며 “이 절차가 면제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면 추가적인 개혁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2008년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가입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던 지난해 9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지만, 미국과 서유럽 회원국들은 ‘전쟁중인 국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은 서로를 방어할 책임이 있는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은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영국과 동유럽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전쟁이 끝나면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는 ‘명확한 신호’가 도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