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에 불만”…시민들, 주말 한강공원 수색·추모 이어져

‘故 손정민씨 사건’ 주말 수색·추모 나선 시민들
강가 돌 들어보고, 풀숲 탐색…실종 지역 살펴
공원엔 시민 추모 이어져…온·오프 통합 집회도
경찰 CCTV 및 토양성분 분석 작업 수사력 집중
  • 등록 2021-05-23 오후 5:37:16

    수정 2021-05-23 오후 9:48:13

[이데일리 박순엽 이상원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실종된 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관련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경찰 수사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주말 동안 사건이 발생한 공원엔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의 발걸음이 잇따랐고, 일부 시민은 사건과 연관된 증거를 찾고자 자발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손씨의 실종 당일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함께 토양성분 분석 작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고(故)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상원 기자)
자발적 수색 나선 시민들…‘경찰 수사’ 비판 목소리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손씨 사건과 관련한 시민의 수색이 재차 진행됐다. 앞서 민간 수색팀과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15일까지 수색 활동을 했지만, 사건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휴대전화가 인근에 없다고 결론 내고 수색 활동을 종료했다. 그러나 이날 수색에 나선 이들은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곳이 있다며 마지막 수색을 재개했다.

지난달 숨진 손씨를 한강에서 처음 발견한 민간 구조사 차종욱씨 주도로 모인 시민은 손씨가 실종된 구역 근처 강가에 놓인 돌을 하나씩 뒤집어보며 A씨 휴대전화 등 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있는지 살폈다. 차씨는 “돌 틈에 휴대전화가 빠질 수도 있는데, 경찰은 탐지기로 사이를 찌르기만 했지 돌을 들어내서 찾진 않았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고(故)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상원 기자)
아울러 이들은 인근 우거진 풀숲에선 예초기로 풀을 벤 뒤 바닥을 살펴보기도 했다. 일반 성인 남성 키 높이를 훌쩍 넘는 풀이 자라있어 꼼꼼히 탐색해야 하지만, 경찰이 제대로 수색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수색엔 시민 30여명이 동참했는데, 이를 위해 멀리서는 대구에서 온 시민도 있었다.

수색에 나선 시민은 관련 증거를 찾아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34)씨는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아 하나라도 찾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경찰도 나름대로 조사하고 있고, 시민도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에서 근거 없는 불신이 생기는 건 너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시민 사이에선 경찰의 수사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김모씨는 “풀을 제거하고 휴대전화가 있는지 없는지 금방 찾아야 하는데, 경찰은 매일 와서 쇠꼬챙이(탐지기)를 들고 와서 쑤셔보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내에 있는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모여 그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상원 기자)
공원선 추모·집회 이어져…“진실 밝혀지길 원해”

이날 오후엔 손씨를 추모하려는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추모객 100여명은 공원 내 수상 택시 승강장 인근 추모 공간에 모여 손씨를 추모했다. 일부 시민은 ‘정민아! 우리가 밝혀줄게, 공정! 신속! 정확수사 촉구한다!’, ‘진실을 밝혀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고, 추모 공간 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오열하는 시민도 보였다.

추모에 나선 시민은 한목소리로 경찰을 비판했다. 인천에서 온 심모(31)씨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느껴져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아이와 함께 참석한 김모씨도 “CCTV 원본을 다 공개해서 분명하게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민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의견을 모아 추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이 없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어서 사전 집회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현장에는 6개 부대의 경찰 인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 시민 사이 갈등이 생길까 봐 안전·예방 차원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구청에서도 직원들이 나와 마스크 착용이 올바르지 않은 시민을 계도하기도 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내에 있는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 나온 시민이 ‘진실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상원 기자)
경찰이 지난 16일 열린 손씨 추모 집회와 행진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공원 내에서 ‘진상규명 온·오프라인 통합 집회’를 벌인다. 집회 주최 측은 “온라인 집회 위주로 진행할 예정으로, 오프라인에선 경찰에 집회 신고한 대로 철저하게 9인 이하만 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10인 이상 모이는 집회 개최는 금지하고 있다.

주최 측은 “이번 사건은 손씨 사건을 안타까워하는 시민의 의견에서 시작됐다”며 “경찰에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으로, 특정인을 범인으로 몰거나 비난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한강공원 인근 CCTV 54대와 154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분석하며 관련 수사를 이어갔다. 특히 7명의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손씨 실종 당일 한강에 입수했다는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경찰은 실종 당일 손씨의 행적을 밝히기 위해 양말에서 나온 흙과 인근 잔디밭, 육지와 물 경계의 흙, 육지에서 강물 속으로 3·5·10m 지점에 대한 흙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비교 분석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러한 경찰의 수사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혐의가 적용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로 판단되는 주장이 담긴 게시글이나 영상 등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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