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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백신은 자사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의 4개 제조단위 총 61만5000개(1개=1명분)에 대해 지난 9일자로 자진 회수에 나섰다. 경상북도 영덕군 한 보건소로부터 신고를 받고 해당 제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일부 백신에서 백색 입자(침전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해당 입자는 항원 단백질 응집체(덩어리)로 보인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정부가 ‘상온 노출’ 독감 백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48만명분을 회수하기로 한 지 사흘 만이다. 이번 회수분 61만5000개에는 상온노출 48만명분과 중복되는 게 2만4810개가 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한국백신은 감사보고서상 1995년 7월에 설립된 회사다. 업력은 오래됐지만 한해(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말)매출액은 439억원, 영업이익 27억원, 6월말 현재 총자본 742억원의 중소기업이다. 현재 아기들에게 접종하는,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주사형 결핵 예방 백신의 공급을 막고 고가의 경피용(도장형) 백신을 팔아 30배 폭리를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유통중)콜드체인은 다 적합으로 2~8°C가 잘 지켜졌다”며 “제조 단계에서 원액과 주사용기의 관련 성상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원액을 특정 주사기에 충전하는 과정에서 침전물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상온 노출 사태에 더해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백신의 제조 및 수입부터 배송, 보관 등 정부의 모든 백신 관리 실태 전반에 구멍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 과정의 문제라면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절차에서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제도에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출하승인은 다른 의약품과 달리 백신 등 일부 의약품의 경우 허가 후 판매 이전 단계에서 국가가 한 번 더 품질에 대해 검증하는 절차다.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하기 때문에 한번 더 체크하는 일종의 이중 점검(double check)제도다.
식약처는 일단 전문가 자문을 거쳐 이번 백색 침전물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백색 입자는 주사부위 통증·염증 등 국소작용 외에 안전성 우려는 낮다는 의견이었다”며 “백신 중 항원단백질이 응집해 입자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오후 3시 기준 코박스플루4가PF주 접종자수는 1만7812명으로 파악됐고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사례는 1건(국소통증)이다. 하지만 추가 이상 사례 및 추가 접종자가 나오지 않은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백신 상온 노출 사태에도 문제 된 백신 접종자가 없다고 정부는 발표했지만, 며칠 후부터 접종자가 속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