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을 그처럼 '위대한' 투수로 만든 바탕엔 체인지업이 있다. 류현진의 과감한 몸쪽 직구 승부와 타이밍을 뺏는 느린 체인지업 콤비네이션은 타자들에게 위협 그 자체였다.
류현진이 본격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지난해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도중 한화와 입단계약한 구대성이 대회 후 팀에 합류한 뒤 전수해 준 것이다.
매우 짧은 시간에 습자지처럼 체인지업을 익힌 류현진은 이내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해내고 말았다. 구대성은 "몇몇 후배들에게 비슷한 노하우를 전해준 적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현진이가 빠르게 익히는 능력이 있었다"고 감탄한 바 있다.
시계를 돌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어느날, 송진우는 훈련 도중 구대성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게 된다. 98년 마무리 캠프에서 배워 온 서클 체인지업이 그것이다.
당시 구대성은 포크볼 계열의 체인지업은 장착하고 있었지만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고 중지와 약지,소지로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은 던지지 않고 있었다.
송진우는 "구대성은 워낙 뛰어난 투수이기 때문에 내가 뭘 가르쳤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이런 공도 있는데 한번 던져보지 않겠냐고 말을 건넸더니 금세 자기걸로 만들어 냈다"며 "처음엔 공이 잘 가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도 겪은 혼란이었다. 그러나 타자를 상대로 써보고 잘 먹힌다는 걸 알게 된 뒤 위력이 배가됐다. 훌륭한 투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송진우의 체인지업은 '제프'라고만 기억에 남아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미국 코치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프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를 위해 무척 큰 일을 해낸,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숨은 주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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