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개혁, 발상의 전환

  • 등록 2003-11-24 오후 12:13:30

    수정 2003-11-24 오후 12:13:30

[edaily 강종구기자]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행시스템 개혁에서 더 이상 거대 부실은행들에게 끌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은 4대 국영은행의 부실이 워낙 커서 “은행이 망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개혁의 발목을 잡혀 왔다. 은행들도 아무리 경영상태가 엉망이어도 자신들이 잘못되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대마불사”의 안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은행들의 이 같은 도덕적 해이에 맞서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경영성과를 높이고 개혁에 나서달라고 달래던 낮은 자세를 버리고 개혁에 적극 협조하는 은행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은행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공세적인 자세로 바꾼 것이다. 은행들을 유혹할 “당근”은 공적자금 투입과 국내외 증시 상장이다. 대신 은행들은 지배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부실여신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은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이 이루어진 상태. 류지웨이 중국 재무부 부부장은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국영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지난달 공산당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류 부부장은 대신 의미심장한 발언을 덧붙였다. “새로운 방식으로 부실해소에 접근할 계획”이라며 “이 작업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FT와의 인터뷰에서 류 부부장은 "중요한 문제는 은행의 자본재편이 아니라 구조개혁"이라면서 "구조개혁이 없다면 자금투입은 낭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이 공적자금 투입의 필요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은행 지원과는 달리 이번 공적자금 투입이나 증시 상장은 각개격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샤오링 중국인민은행 부총재는 “은행들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각 은행별로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당근 전략”은 은행들에게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가장 먼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증시에 상장하면 업계 리더로 등극할 수 있다. 해외로 영업을 확장할 수 있고 신제품 도입도 가장 먼저 할 수 있으며 외국 자본을 우선 유치할 수 있다. 반면 개혁이 늦으면 늦을수록 자금지원도 늦어지고 증시 상장도 뒤처져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4대 국영은행 중 중국건설은행과 중국은행이 가장 먼저 공적자금과 증시상장이라는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정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상장 경쟁에서 3위로 밀려버린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정부의 OK 사인을 받기 위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4대 은행중 하나인 중국농업은행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공상은행과 마찬가지의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공상은행의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부실여신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언스트앤영(E&Y)에 은행자산 실사를 맡겼다. 쟝첸칭 공상은행 총재는 올해말까지 54%의 은행자산에 대한 실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여신 처리에 대한 목표도 확실한 선을 그었다. 올해 연말 기준 5조5000억위안(약 6650억달러상당)에 이르는 총자산중 부실여신 비중이 20.5%로 추정되는 데 2006년까지는 10% 이내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까지 200억달러의 이익을 부실채권 상각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만 70억달러의 순이익중 60억달러가 부실채권 상각에 투입된다. 10%는 중국 정부가 은행 상장을 위해 제시한 부실비중 상한이다. 장 총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혁조치로 인해 2006년에는 상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상은행은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채권 회수를 위해 채무자를 설득하거나 법적 조치를 불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불특정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거나 골드만삭스, CSFB와 같은 외국 투자은행과도 협상을 추진한다. 또 은행의 인력을 감축하고 부실여신 대부분의 원인제공자인 국영기업(SOE)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객기반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쟝 총재는 “올해말이 되면 개인대출(주택담보대출 포함)의 규모가 4000억위안으로 전체 대출의 16%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전만 해도 개인대출은 거의 제로(0)일 정도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보고체계를 개선하고 중간 간부층을 축소할 계획이며 임원 선임권한을 이사회로 넘겨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참고로 2001년말 현재 통계로 중국 은행권 총 대출자산은 11조9310억위안이며 이 중 4대 국영은행의 비중은 60.6%에 달한다. 총 예금자산은 13조위안 정도인데 4대은행이 67.4%를 쥐고 있다. 부실여신은 정부 통계로 총 대출자산의 23%(약 2조위안)로 추산되는데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4대은행의 부실여신 비중을 2001년말 기준 30% 정도를 잡고 있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는 부실여신의 6~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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