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러 가스 대금으로 루블 지급할 준비돼"…EU 방침 이탈

헝가리 외무 "EU, 기업 간 계약에 개입할 수 없어"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러 요구 수용
  • 등록 2022-04-07 오전 10:29:06

    수정 2022-04-07 오전 10:29:06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헝가리가 루블화로 러시아 천연가스를 결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대금으로 루블화를 지급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유럽연합(EU)의 방침에 어긋나는 조치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사진=AFP)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요청한다면 가스 대금으로 루블화를 지불하겠다”라고 말했다.

친(親)러 인사로 알려진 오르반 총리는 지난 5일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했으며, 유세 기간 동안 가스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시야트로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헝가리 국영회사 MVM과 러시아 가스프롬 간의 쌍무 계약에 EU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 대금 지급은 5월 말에 이뤄질 것”이라며 양측이 현재 지급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슬로바키아에 이어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를 수용한 두 번째 나라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3일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며 루블화 결제가 조건이라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U는 아직 이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서방의 제재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루블화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러시아측에 유로·달러화로 대금을 지불하기로 한 기존 계약을 준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회원국들에도 계약대로 결제할 것을 요청했다. 유럽은 전체 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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