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장기기증자 늘었다지만…사후 기증은 크게 줄어

식약처, 2019년도 인체조직 생산·수입 현황발표
생존 기증자 935명…전년 683명보다 37% 증가
뇌사 기증자 ‘144명→92명’ 일 년 새 36% 급감
사후 기증자 ‘77명→36명’ 반 토막 넘게 축소돼
  • 등록 2020-07-30 오전 9:22:49

    수정 2020-07-30 오전 9:22:49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생전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 사는 고홍준 군이 지난 4월 6일 심장과 간·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나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고 군은 같은 달 1일 저녁을 먹은 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제주대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호른을 연주하던 고(故) 고홍준 군.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115개 조직은행에서 제출한 인체조직 기증관리 및 이식 현황을 바탕으로 ‘인체조직 가공(생산) 및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내 장기 기증자 수는 증가했으나 뇌사 및 사후 기증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1063명으로, 전년도에 기록한 904명 보다 18% 늘어났다. 하지만 3년 전인 2017년의 1606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543명(33.8%) 밑도는 수준이다. 최근 3년간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2017년 1606명, 2018년 904명, 2019년 1063명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존 기증자는 935명으로 전년도 683명에 비해 37% 증가한 반면, 뇌사 기증자는 92명으로 일 년 전인 144명 보다 36% 급감했다. 특히 사후 기증자는 36명으로 한 해 사이 77명에서 반 토막 넘게(53%) 축소됐다.

같은 기간 국내 자급률도 18.3%에서 13%로 떨어졌다. 국내 기증 인체조직을 가공한 수량은 11만2141개로 국내 유통량의 약 13%에 달한다. 전년도(13만7191개·18.3%) 보다 수량과 유통량이 모두 줄었는데, 이는 뇌사·사후 기증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인체조직 가공(생산) 및 수입 현황.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이에 따라 장기 수입이 늘었다. 수입 인체조직은 75만1233개(87%)로, 전년도(61만1064개·81.7%) 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 수입량은 미국이 43만4188개로 전체 수입량의 88%를 차지했다. 이어 체코(5만7164개·7.7%), 네덜란드(1만4442개·1.9%)가 뒤를 이었다.

유형별 국내 자급 현황은 혈관(725개)과 판막(157개)은 전량 국내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양막의 경우 96%(9776개)가 국내 기증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유통된 인체조직은 총 86만3374개로 전년도(74만8255개) 보다 15% 증가했다. 뼈가 66만7379개(77%)로 가장 많았으며 피부(15만5339개·18%), 건(1만9614개·2%), 양막(1만192개·1%) 순이었다. 건은 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결합 조직을 뜻한다. 양막은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을 일컫는다.

식약처는 인체 조직의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국내 자급률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많은 국민께서 인체조직 기증에 참여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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