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은 美 때문"…이산가족 상봉서도 드러난 남북 이질성

  • 등록 2018-08-21 오전 9:52:06

    수정 2018-08-21 오전 9:52:06

[금강산 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65년 만에 만난 남북이산가족들은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도 남북 간의 ‘거리’를 느끼게 했다. 각기 다른 체제에서 살아오다 굳어진 분단의 현실이다.

차제근(84) 할아버지는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단체 상봉에서 조카 차성일(50)씨가 “큰아버지, 죽기 전에 고향에 한번 오라요. 통일이 빨리 와야지요”라고 말하자, “그래 빨리 통일이 와야지”라고 답했다. 이에 성일 씨는 “미국놈들을 내보내야 한다”면서 “큰아버지, 봐 보세요. 싱가포르 회담 이행을 (미국이) 안한단 말예요”라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이로 인해 차 할아버지와 성일 씨 간에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차 할아버지는 “6·25가 난 것이 김일성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하자, 성일씨는 양손을 저으며 “아이 그건 거짓말이라요. 6·25는 미국놈들이 전쟁한 거에요.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웠습니다”라고 맞섰다. 차 할아버지가 분위기를 전환해 웃으며 논쟁은 마무리됐지만, 북한이 남한과는 전혀 다른 체제라는 걸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주정례(86) 할머니 가족은 북측 조카가 가져온 표창장 때문에 곤란해졌다. 주 할머니의 북측 조카 주영애(52)씨는 김일성 표창장과 표창을 연신 고모에게 보여줬고, 이에 우리측 지원요인이 “표창장을 아래로 내리는 게 어떻냐”고 하자 “최고존엄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느냐”고 반발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남측 지원요원은 표창장을 뒤집는 것을 제안했지만, 영애씨는 “뒤집는 것은 더욱 안된다”며 가지런히 올려뒀다. 영애씨는 남측 취재진이 다가가자 덮개를 열어 표창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측 지원요원이 표창 덮개를 닫을 것을 요구하자, 이번에는 북측 보장성원이 “가족들이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가만히 뒤에 계시라”고 제지했다.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와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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