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중도금대출이 불발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당장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금수저’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낮아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웃돈이 붙을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만큼 부모님과의 합가나 월세 전환 등의 방법까지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이들도 나온다.
9일 디에이치 자이 개포 아파트 시공사인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 컨소시엄은 당초 이날 양재동에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남구청으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일단 연기했다. 지난달 2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3.3㎡당 평균 4160만원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고 강남구청과 평형별 분양가와 분양 일정을 협의해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분양승인을 내주지 못했다”며 “다음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디에이치 자이 개포 청약 과열로 다시 한번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시공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 10만명이 청약할 것이라는 ‘10만 청약설’이 나돌 만큼 이 아파트 분양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래 분양가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대출이 안되는 데 굳이 시공사가 보증을 서서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조성돼 보증을 서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강남구청은 미계약자들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보고 예비당첨자 비율을 일반분양분의 80%로 늘리기로 했다. 보통 예비당첨자는 일반분양물량의 40% 선이다. 미계약이나 부적격 물량은 청약통장이 없거나 유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점이 높은 이들에게 더 기회를 주자는 차원이다.
자녀 2명에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어 청약가점이 73점인 이모씨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 당첨되면 부모님과 합가할 계획이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기간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받아서 중도금을 치르고 잔금은 주택담보대출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씨는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웃돈)이 꽤 많이 붙을 게 눈에 보이는데 당장 불편하더라도 2년 정도만 부모님께 신세를 지기로 했다”며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놓치기 아깝다”고 말했다.
합가할 형편이 안되는 이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까지 고려 중이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청약을 준비 중인 박모씨는 “월세 내는 게 중도금대출 이자보다는 비싸겠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으니 고육지책으로라도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로또 아파트라고 하니 무조건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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