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금융위기前 수준까지 떨어질까?

환율, 1120원도 붕괴.. 역외 강한 달러매도 공세
엔-원 크로스 거래도 한몫.. 1050원까지 밀릴 가능성
  • 등록 2010-01-11 오전 11:43:00

    수정 2010-01-11 오전 11:43:00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달러-원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100원대 진입시도에 나서고 있다.

역외세력의 원화에 대한 베팅이 절정에 달하면서 환율하락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역외세력의 공격적인 원화매수 공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환율이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며 1120원이 붕괴된데 이어 이제는 1100원대도 지지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기사는 11일 오전 11시20분 실시간 금융경제 터미널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와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에 출고된 것입니다.>

11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10.3원 하락한 1120.2원을 기록중이다. 장중한때 1119원선으로 하락하며 지난 2008년 9월22일 장중 1117원으로 떨어진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 역외, 연초부터 원화강세 강한 베팅.. 엔화약세 의식 크로스거래 나서 

환율이 연초부터 하락랠리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따른 국내증시 호조세와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 가능성 등으로 역외가 연초부터 원화포지션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엔캐리 움직임 재개 및 엔-원 크로스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강하게 일어나고 있어 원화강세 압력은 가중되고 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부장은 "연초 달러-원 환율 급락을 시도한 역외 환투기 세력들의 공격이 극에 달할 시기"라며 "지금은 투기적 동기로 나선 역외매도세로 인한 환율급락기로 정리될 수 있고, 문제는 그러한 역외 매도에 대항할 세력이 국내에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를 예상한 엔 크로스 통화로서 원화의 매력이 당분간 부각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금리인상이 당분간 요원한 반면,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증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약세도 `저금리 통화를 차입 또는 매도해 고금리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라는 캐리 정의에 부합한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에는 조달통화로서 달러화 매력이 엔화를 앞섰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엔화의 매력도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엔 캐리가 보다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재은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엔화 약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재개시 원화 강세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양호한 국내경제 회복세에 따른 출구전략이 선행 가능성과 원화강세 전망으로 인한 수급논리가 원화 강세를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엔 캐리 트레이드 재개시 원화 강세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의 전망치를 올 1분기말 1100원, 연말 1050원으로 예상했다.
 
◇ 환율, 2005년 1100원대 붕괴이후 모습과 유사.. 하락속도 경계감 높아져

시장에선 환율 1100원선이 뚫릴 경우 1050원까지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움직임이 과거 99~2000년 외환위기 직후 또는 2004~2005년 1100원대 붕괴이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이어 "최근 외환시장은 `외자유입 급증→ 원화 고평가→ 환율 정상화→ 대외충격(위기)→ 환율 되돌림`을 거친 후 적정환율의 모색이라는 특징을 지닌다"면서 "당시 달러-원 환율은 1100원대 후반의 박스권이 붕괴된 이후 1100원대 초반에서 새로운 조정을 이어갔고, 이번에도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반면 급속한 환율하락 속도에 대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유가상승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요인을 감안할 때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을 예단하기도 쉽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신익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자금들의 포트폴리오 조정과정에서 원화 절상폭이 유독 컸던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일본 디플레이션 대비 한국경제의 양호한 자산회복세가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이 교차전략 투자로 일어난 원화 강세는 달러화의 추세적 상승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만으로도 제어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따라서 적어도 1분기 이후부터는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달러-원, 엔-원 및 달러-엔 환율추이
(출처: 현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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