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민간 분양원가 공개는 안된다"던 정부는 여당의 계속된 압박에 굴복, `양치기 소년` 꼴이 됐고, 내부 반발까지 무릅쓰고 강행한 여당은 `허울뿐인 공개로 생색만 낸다`는 비판을 받을 처지다.
당내에서 민간 분양원가 전면공개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열린우리당 이미경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당초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기자의 질문부터 받아야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융통성"이란 말로 해명했다. "많은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면 민간건설사들이 잇딴 소송으로 공기를 늦출 수 밖에 없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것. `원가를 공개한다고 민간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진 않는다`던 기존 논리는 온데간데 없다.
기존 논리를 손바닥처럼 뒤집기는 정부도 마찬가지.
지난해말 열린 당정협의에서도 여당 특위 위원들은 민간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권오규 부총리와 이춘희 건교부 차관을 회의가 끝난 후에도 놓아주지 않고 당 입장을 수용해달라고 1시간 가까이 촉구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까지 보름 가까운 기간동안 여당은 정부측에 입장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그 결과가 이같은 `제한적` 원가 공개였다.
공개 내용이 시답잖다는 면에서 공개 찬성론자들의 불만을, 분양원가를 어쨌든 공개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는 공개 반대론자들의 비난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게 됐다는 게 무엇보다 문제다. 불만과 비난을 쏟아내는 양쪽 모두 시장 참여자들이다.
반면 반대파들로서는 가뜩이나 지방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를 한꺼번에 실시한다는 점이나 앞으로 공개항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날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여당측 한 인사는 "회의에서 건교위나 정책위 소속 의원들은 분양원가 공개와 택지비 감정평가액의 사업장별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계속 제기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당 정책위의 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 상한제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전제하고 "당 특위나 지도부가 대선을 앞두고 실효성도 없으면서 국민들의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 모두 이도저도 아닌 타협에 매달리는 동안, 부동산정책이 시장보다는 유권자를 겨냥하는 동안, 절실한 `정책 신뢰 회복`은 갈 수록 멀어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