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만난 젤렌스키 중재안 거부 "피해자와 침략자가 동등할 수 없다"

교황에게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동참 촉구
  • 등록 2023-05-14 오후 6:30:10

    수정 2023-05-14 오후 6:30:1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외교적 중립을 오랜 전통으로 삼고 있는 교황청을 향해 중재는 필요 없다며 러시아 규탄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40분 동안 접견한 뒤 트위터를 통해 “교황을 만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저지른 범죄를 규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피해자와 침략자가 동등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하겠다는 교황청의 입장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탈리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는 중재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난 것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우리의 평화공식이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유일한 알고리즘이라는 점을 밝혔다”며 “우리 평화공식의 실행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러시아군 철수·우크라이나 영토 회복·전쟁 범죄 기소 등을 골자로 한 10개 평화 공식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종식을 위한 ‘비밀 평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비밀 임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교황청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황청은 회담 뒤 교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의 인도주의적·정치적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를 향한 비판은 담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교황 접견에 앞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등과 각각 회담했다. 멜로니 총리는 “젤렌스키의 평화 공식을 지지한다”고 말했으며 마타렐라 대통령도 “우리는 전적으로 당신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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