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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네이버 노조는 지난 5월 31일부터 총 24일에 걸쳐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화 면접과 대면 인터뷰로 확보한 증언, 메일, 메신저, 녹취, 동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고인에 대한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A는 노사 조사 결과와 함께 네이버 이사회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외부 업체에 맡긴 조사 결과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확인됐다. 임원A는 해임 처분됐다.
노조는 “임원A의 괴롭힘 행위는 고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구성원들을 힘들게 했음이 조사결과 드러났다”며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는 행위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가 놓는 행동 △조직원과 동석한 조직장(리더)에게 ‘조직을 해체시키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음을 복수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임원A 입사 후 조직원들의 퇴사로 고인은 심리적 고통을 느끼며 힘들어했으나, 신규채용조차 여의치 않았다”며 “임원A는 회사 면접 가이드를 무시한 채 채용 전권을 쥐고, 전횡하면서 경영진C(최근 사의를 표한 최인혁 경영리더)의 깐깐함을 방패로 조직장들의 신규채용을 어렵게 해 고인 역시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경영진C, 임원B도 해임돼야”
발표에선 임원B를 상당 비중으로 거론했다. 조사 과정 중에 임원B도 고인을 힘들게 하고 다른 구성원에게도 부당한 업무지시와 무리한 일정을 요구한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임원B은 감봉 조치를 받았다.
노조는 “임원B는 고인의 상급 조직장이 아님에도 업무지시로 고인을 힘들게 했다”며 “고인에게 즉답을 요구하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 업무지시, 여럿이 있는 업무 메신저 창에서 공개적인 비난 등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임원B는 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부당한 업무지시와 무리한 일정요구를 해왔다”며 “공개적으로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거나, 초과근무 시 ‘돈이 없어서 주말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초과근무에 대한 결재도 승인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무시해온 점들이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공개했다.
노조는 또 “고인을 포함해 구성원 다수를 두려움에 괴로워하게 한 이 같은 정황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회의시간에서 전적인 인사권을 가진 임원 B의 위협적인 발언들에 대해 낮은 수준의 징계 조치를 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임원B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29일부터 단체 행동…재발방지대책위 요구
노조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이유로 “근본적인 막강한 권력이 견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부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재발방지대책위원회 구성을 사측에 요구했다.
재발방지대책위는 노사 동수로 구성하되 내부 채널을 통한 신고부터 조사, 징계 결정까지 책임지는 기구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의 참여로 신고자가 보호받고, 공정한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노조는 “보상권한까지 모두 조직장(책임리더)에게 몰려있어 조직장의 말을 거스를 수 없는 조직 문화가 형성돼 왔다”며 “보상과 보상을 위한 객관적 기준, 조직장의 재량 범위까지 노사가 치열하게 토론해 합의점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덧붙여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노사 공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수 경영진의 권한 독점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 25일 리스크관리워원회 조사 결과 발표에서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바꿔 나가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