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패권에 도전장 내민 中…최대 우군은 러시아

중국·러시아, 1분기 무역결제 달러 비중 46% 불과
2015년 90%서 5년새 절반 수준으로 '뚝'
"양국 간 동맹 군사·무역 아닌 금융 분야로 확대"
  • 등록 2020-08-17 오후 4:12:22

    수정 2020-08-17 오후 9:31:03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비해 ‘위안화 세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어느때보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강력한 후원자로 부상했다.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 결제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에서 달러화 비중이 46%에 불과했다고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에서 달러화 비중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유로화 결제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30%에 달했고, 자국 통화도 24%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몇년간 달러화 사용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2015년에만 해도 양국 간 무역 거래의 약 90%가 달러화로 이뤄졌지만 지난해에는 51%까지 떨어졌다.

알렉세이 마슬로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탈(脫)달러화’가 양국 관계를 사실상 동맹으로 격상시키도록 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양국간 동맹이 군사나 무역 분야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금은 은행과 금융을 향해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의 자립을 보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부터 크림반도 문제로 서방과 소원해진 이후 중국을 우선시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달러화 결제 비중을 줄여왔다. 지난해부터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간 밀월 관계는 더욱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4년 1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으며 2017년 이를 3년 더 연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초 기준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을 5%에서 15%로 늘렸다. 이같이 러시아가 위안화 보유액을 확대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국제 원유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를 확대하고 디지털화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연합만으론 당장 달러화 패권을 위협하긴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62%로 압도적이다. 전세계 외환결제 가운데 88%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달러 부채가 급증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제재 정책이 장기화한다면 달러 패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이코노미스트는 “제재는 미국에 매우 강력한 도구지만,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남발한다면 사람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할 위험이 있다”며 “달러가 영구적으로 제1의 국제 통화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와 막대한 자금조달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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