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붕괴에도…원화값은 왜 안 떨어졌을까

원·달러 환율, 2주새 -1% 그쳐
대내외 악재에도 상승 폭 둔화
반면 호재'는 빠르게 받아들여
지난 2일 하루 원화 1.5% 급등
  • 등록 2018-11-04 오후 4:57:33

    수정 2018-11-04 오후 4:57:33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과거 주가가 큰 폭 하락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환율의 변동성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붕괴할 정도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원·달러 환율은 크게 상승하지 않아(원화값은 크게 하락하지 않아) 주목된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17~31일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 미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가 2% 넘게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가 예상 밖 소폭 내린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2조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마련한 원화를 달러화로 바꿨다면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일까. 외국인이 국내 펀더멘털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과 외화예금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에 유입돼 있는 달러화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경상수지는 78개월째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외환보유액(9월 기준)은 4030억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국내 거주자가 보유한 외화예금도 9월 기준 763억달러에 달했다.

유신익 신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악재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국내 수출업체들의 활약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환율 급등을 제한하는 재료다. 중국 당국은 7위안대 환율은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최근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이 6.9위안대로 상승했는데, 그 이상 크게 오르기엔 중국 당국 경계감이 크다는 것이다.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화된 흐름을 보여 왔다.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 시그널에 원·달러 환율이 주요국 중 최대 폭 내린 것이다. 전거래일인 지난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138.10원) 대비 16.50원 하락한(원화 가치 상승) 112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가 1.47% 상승하는 사이, 중국 위안화 가치는 0.36% 증가한데 그쳤다. 일본 엔화는 오히려 0.03% 하락했고, 대만 달러화 가치는 0.56% 올랐다. 유로화와 호주달러화, 싱가포르달러화 가치도 각각 0.43%, 0.06%, 0.17% 오른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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