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혁명)①세상을 바꾸다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국내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약 29만대다. 국내 4500만명 이동통신시장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다. 하지만 아이폰은 최근 모바일 시장을 통째로 변화시키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이용자는 물론 통신업계, 휴대전화 제조업계, 인터넷·콘텐츠 업계, 정부에 이르기까지 혁신에 가까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흑백TV 시대에 칼러TV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될 정도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이 바꾸는 세상을 6회에 걸쳐 살펴봤다.[편집자]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이윤경(가명) 과장은 아이폰에서 프링(FRING)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중이다. 그는 프링을 이용해 MSN·야후·구글 메신저에 로그인한 후, 늘 켜놓고 다닌다. 이러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없어도 푸시(PUSH)로 메시지 온 것을 알려준다.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이 기능이 그에게 매우 유용하다.

코오롱베니트 고원규 과장은 회사 인트라넷인 아이켄과 연동한 스마트폰으로 차 안에서나 퇴근 후에도 e메일을 실시간 체크한다. 급한 업무지시로 직원을 찾을 때도 스마트폰을 통해 직원 전화번호나 e메일 주소를 파악한다. 코오롱그룹은 이달 말부터 임직원 8000여 명에게 단계적으로 쇼옴니아폰 지급을 시작했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동통신업·휴대전화 제조업·콘텐츠 개발업 등 스마트폰과 직접적으로 사업연관성이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자·기업·산업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낮아진 무선 데이터요금

사실 스마트폰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기기가 아니다. 이미 PDA폰이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하지만 디자인·기능·가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약요인이 있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6월 애플 아이폰이 미국에서 첫 출시 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와 콘텐츠 확보경쟁, 하이컨셉 기업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컨셉 기업이란, 독특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기반을 둔 새로운 컨셉을 창출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기업을 말한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과 같은 비 제조기업이 휴대전화 산업을 주도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 KT(030200)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활성화가 본격화됐다. 이에 삼성전자(005930) 옴니아2가 경쟁에 가담했고, 다음 달 초에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모토로이도 출시된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대중화 단계를 밟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비싼 데이터요금 문제가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요금충격(Bill Shock)`이라고 해서 `무선데이터를 무심코 썼더니 몇십만원이 부과 됐더라`는 얘기가 자주 문제가 되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3세대(G) 망을 통해서도 과거보다 저렴한 정액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고, 와이파이(WiFi)를 통해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와이파이 서비스에 대해 "네스팟존은 과거 KT 입장에선 투자만 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였지만, 지금은 효자서비스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네스팟존과 같은 와이파이를 많이 확보한 KT가 스마트폰 보급을 주도할 수 있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공짜 무선데이터 사용이 늘면 투자 대비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이동통신업계가 스마트폰 보급을 꺼렸던 것도 이 이면에 작용한다.

◇`손안의 PC가 대세`..스마트폰 공급 늘어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한은미 씨는 지난달 말 아이폰을 들고 동남아시아 한 휴양지에 다녀왔다. 휴양시설 곳곳에 설치된 와이파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휴양지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들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것. 그들 모두 아이폰·블랙베리를 들고 있는 모습에 스마트폰의 유행을 새삼 느꼈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5.0%에서 올해 21.1%, 2013년 43.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앞으로 3년 뒤면 휴대전화 사용자 2명중 1명은 스마트폰을 쓴다는 계산이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20여 개의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물량 공세에 나설 예정이며, LG전자도 올해 10여 개의 스마트폰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SK텔레콤(017670)은 올해 스마트폰 공급목표를 200만대로 잡았다. KT도 올해 전체 단말기 라인업중 스마트폰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국내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스마트폰 공급은 4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휴대전화시장은 대부분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형국인 만큼, 제조사와 이통사의 스마트폰 대응은 자연히 수요증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격이 일반폰 보다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날 전망이다.

◇이용자들 "써보니 좋더라"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가장 큰 만족감은 와이파이를 통해 부담없이 무선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넷북을 들고 다니며 무선데이터를 쓰기엔 너무 무겁고 부팅 시간도 길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에 PC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오픈마켓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 이용자로 하여금 각자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골라 받게 한다. 지금까지 휴대전화는 제조사에서 이미 세팅 된 기능이 탑재되어 나왔지만,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는 오픈마켓에서 소비자가 필요한 기능을 다운로드 받아 쓸 수 한다.

메일·주소록·캘린더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업무능률을 올리고, 내비게이션 기능도 수행한다. 입김으로 부는 오카리나, 흔들면 총알이 장전되는 게임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주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무료로 성경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무거운 성경책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생긴다. 성경 검색도 빠르다.

뱅킹 서비스는 물론 옴니아2 등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주식거래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업무효율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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